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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날 어머님이 계시는 병원에 다니다 보니...
아름다운 봄이 다 지나가는 듯 서운해서 오늘은 山을 넘어 걸어가기로 했다.
서둘러야 하는 아침녘이나 늦게 집으로 올 때면 산을 넘어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데...
점심 먹고 교대하는 것이라 한 시간을 남기고 집을 나선 것이다.
우아~~~
산마루에 오르니 철쭉이 화사하고 연초록 산뜻함에 아름다운 선택이었다.
다리는 기름칠에 즐겁고 신선한 공기로 숨통이 탁 트이며 보상받는다는 기분이었다.
어머님은 병실 가운데 부분에 계셔서 모두 커튼을 치고 있으면 밖이 보이지도 않고...
어두워 책을 읽기도 그렇고 복도에 나와 있자니 계속 서있어야 해서 답답하였다.
이 길로 계속 걸으면...
골프연습장을 지나며 테니스장에서 '퍽' 퍽' 공치는 소리에 좀 더 짧게 병원으로 닿지만,
약속시간 안에 가면 되니까 오른쪽으로 휘어서 산길로 접어들어 구불구불 내려가보는데...
평소에 못 봤던 햐얀 꽃이 너울거려서 무슨 꽃일까?
꽃나무와 놀다 도끼자루 썩을 만큼 시간이 지났으면 어쩌나 걸음을 빨리해서 다다다~~~ 달려~~
대학교 후문을 지나 기숙사를 옆으로 끼고 축구 연습하는 잔디구장을 돌며 아래로 아래로 내달았다.
하루 사이에 더 작아지신 어머님은 덤덤하시다 갑자기 슬퍼지셔서 옆에 있어줘 고맙구나!
몇 시간 전에 본 아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보이셨는데 나만 숲에서 위로받고 이 좋은 계절에 답답하실 것 같아
참고만 할 뿐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였던 팔에 꼽은 것, 가슴에 배에 붙이고 있던 줄들을 빼고 홀가분하게
어머님을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 복도를 몇 바퀴 돌았다. 무슨 작당을 하는 것처럼 기분 좋아진 어머님은
병실에 들어가기 전 그동안 해결 못하던 커다란 볼일도 보시고 손도 직접 닦으시고 몇 발자국을 걸으셨지 뭔가!
없었던 일처럼 살며시 들어와 뽀그르르 산소 만들어 푸~푸~ 혼자 내쉬던 줄을 코에 맞추어 귀에 걸고,
심장박동수, 맥박수를 팔에 연결하는 것은 좀 쉬었다 간호사에게 정확한 지점을 부탁했더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우리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기분전환이 필요해!'
2018년 4월 2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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