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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에 따라 동네 한 바퀴 돌고 집으로 향하는데 날이 얼마나 더운지 빨갛게 익었다.
모자를 썼어도 한낮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무려 30도가 넘었다 한다.
집에 가 쉬어야겠다며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려는데 새롭게 문을 연 야채가게가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참새 방앗간으로 마침 깍두기를 담고 싶었던 터라 들어가서 곧장 무를 찾았다.
카드를 받지 않는 대신 값싸고 싱싱해 사나이 장딴지만 한 무 2개를 골랐는데,
이왕 담는 것이라 4개 정도 사고 싶었으나 무게 때문에 망설이다 다시 오기는 그래서,
무 3개와 고추를 나눠 들고 쩔쩔매며 집으로 향했다.
'몇 kg 나가기에 이렇게 무거운가!'
중간에 한번 쉬었으나 팔에 자국이 나며 늘어지고 무릎에 무리가 느껴졌다.
몸이 뚱~~ 하며 엉거주춤 부드럽게 걸어지지 않았다.
다듬어 소금에 절이고 비로소 씻었더니 꿉꿉함에서 벗어나 기분이 한결 좋아졌지만
2시간쯤 걸어 피로감이 남았으나 깍두기는 쉬우니 얼른 마무리 짓자 했다.
그런데 양념이 적으면 번거로워서 넉넉하게 했더니 반 이상이 남았지 뭔가!
아무리 오랜만에 깍두기를 담기로서니 그렇게 양을 못 맞추니, 平山?
마늘이나 새우젓은 다 들어가야 맛 나는데 고춧가루가 빨개서 멈춘 것이다.
남은 양념을 없애자며 힘을 내 다시 무 사러 갔는데 마트는 값이 두 배라
길 건너 야채가게가 떠올랐지만 현금을 들고 오지 않아 대신 배추 3포기를 절이고,
부엌 일 끝나자마자 기절한 듯 자리에 누웠다.
일어나니 10시가 가까웠네?...ㅎㅎ
아침 먹자마자 손님 한 분이 와서 차를 나눈 후 뜨개질을 하시고 나는 배추를 씻어...
행여나 양념이 모자라면 어쩌나 이번에는 멸치 액젓과 쪽파를 첨가하여 버무렸는데,
평소에 새우젓의 비릿한 냄새 때문에 익지 않으면 맛을 안 보는 편이지만
이랬다저랬다, 손님도 있지, 불안한 마음에 맛을 봤더니 얼마나 짠지 당황되었다.
남은 채소가 양배추뿐이라 대책을 세운다며 절이지도 않고 반 통을 섞었는데,
응급처치였으나 마음에 들지 않은 상태로 여전히 양념은 한 줌 남았지 뭔가!
배추의 간을 먼저 볼 것을 평소의 습관에 반성을 하며...
김치 때문에 심란해 어딜 가고 싶지 않았는데 다른 분 만나야 한다며 같이 나가 점심 먹자고 해서
모처럼이라 김치는 잠시 잊고 점심 먹고 4. 19탑 구경에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다.
푹 잤으니 몸은 괜찮았으나 점심을 먹으며 눈이 가늘게 떠지고 잠깐 졸렸다.
손님 보내드리고는...
짜면 맛이 없으니 김치를 그냥 둘 수 없어서 무를 다시 3개 사 왔다.
양파를 썰어 심심하게 버무린 다음 이미 담근 깍두기와 배추와 양배추를 적당히 배치하고
사이사이에 넣어 맛을 보니 이제야 단맛이 나며 편안하게 마무리되었다.
어쩌자고 양념을 그리 많이 했을까!
간을 안 보고 무작정 액젓을 넣어 짜게 만들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며 김치 담기가 귀신에 홀린 듯 별일이었네!
2018년 6월 11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