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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에 물이 차 입원하셨던 어머니는 중환자실에서 나흘간 계셨는데,

마침 응급실에 들어가신 날이 목요일이라 아침부터 밤까지 근무하는 아들과 맞물렸었다.

목요일~ 토요일은 꽉 찬 근무이고 중환자실은 보호자가 하는 일 없이 얼굴만 보는 경우여서,

이 더운 날 중간에 땀 흘리며 병원을 다녀가는 것은 무리라 생각되어

남은 식구들이 알아서 당번을 정했는데...


      

   



 다음날 가보니 어머님 눈 주위가 동그랗게 보랏빛으로 변해있었고,

입병이 나있었으며 잇몸까지 아프다 하시고 피곤기가 가득하셨다.

몸살이 났는데 약을 독촉해도 안 준다니 재촉하고 면회시간이 20분이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눈치를 못 챘으나 지금 생각하니 왜 내가 여기 누워있나 밤새 속을 끓이신 듯하다.

다음날 가보니 전날보다는 좋아지셨지만 기운이 없으셨고,

일요일이 되어 낭군이 오후 근무라 12시에 면회를 함께 갔는데...


 어머님이 작은 목소리로 창고 같은 곳에서 세 명이 달려들어 억지로 약을 먹이려 했다며

며칠간 아들이 안 보여 서운하셨던지 내 얼굴만 바라보시고 혼잣말 비슷하게 하셨다.

 "어머니, 꿈을 꾸셨나 봅니다. 마음 편안하게 가지세요!"

우리 부부는 그때까지도 마음이 약해지셔서 그러신 줄 알았다.

간호사 말로는 지난밤 섬망 증세가 있으셨으며 일반 병실로 옮길 것이란 말을 전했는데,

옆에 계신 환자분이 어젯밤 다른 곳으로 이동해 무슨 일이 있었다고 속삭여주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 간혹 손발이 묶일 수도 있다며 사인(sign)을 요청하더니만,

전혀 해당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그런 일이 있으시고 놀라셔서

집에 보내달라고 애원하시다 입병과 몸살이 나신 듯했다.


 어쩌면 아들 얼굴이 며칠간 보이지 않자 당신을 요양원에 보내고...

미안해서 오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마구 앞으로 달리셨을지도 모른다.

섬망 증세라 함은 환자들에게서 밤에 두드러지게 일어나는 일로 실제 상황과 상상을 오가며

식구들 얼굴이 보이면 괜찮았다가 안 보이면 신경이 예민해지며 불안과 의심에 공격성이 될 수도 있다는데

여기가 어디냐고도 물으셔서 싱거운 질문이라 생각했지만 나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셨을 것이다.


 일반 병실로 돌아온 후 차근차근 어머님과 이야기해보니,

 "그래, 내가 그랬던 게 생각난다." 하시는데 속이 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좋아지셨지만 당시에 혼자서 생각하시다 병이 깊어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번 일로 새롭게 터득한 점이 있다면...

내가 노인이 되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혼자서 앞서가지 말고 질문을 꼭 하자!

알아들었어도 조금이라도 의심이 남았으면 속 마음을 털어놓고 다시 물어보자!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지만 담담해지려는 수양을 쌓고 또 쌓자!

섬망 증상이 보이는 분께는 불안하지 않도록 현재 사항을 자세하게 이야기해드리자!

아프면 식구들도 고생이니 다른 생각보다 잘 먹고 몸을 회복시키려는 점에 주력하자!





 2018년  8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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