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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싼사람들

재봉질

평산 2019. 2. 7. 15:27


 요깔개가 오래되어 다리 부분이 해졌다.

버릴까하다 정이 들어 헤어지질 못하고 그 부분에 헝겊을 대면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아

헝겊을 찾았는데 색이 딱 들어맞아서 조금 더 쓰라는 말로 확신하게 되었다.

앞뒤로 튼튼하게 해줘야겠다며 헝겊을 대고 반박음질로 시작했는데

이미 잘라져 있던 천이라 이어야하니 시간이 걸릴 듯하였다.


 어머님은 오래도록 함께 있기를 좋아하셔서

마침 잘됐다며 재봉질도 배울 겸 채소를 잘게 썰어 부침개를 만들어 건너갔다.

재봉질이 말끔하게 되지 않는다 해도 새 것이 아니니 부담 없어 좋았다.





 예전에는 건성건성 했으나 재봉틀에 실 꿰는 차례를 확실하게 알고,

밑실 넣는 방법과 노루발 들어 실을 뒤로 빼고 옷감을 밀어 넣어 꿰매기 등....

어머님이 안 계셔도 재봉질 할 수 있게 배우려고 눈여겨 몇 번을 반복해서 해보았다.


 어머님은 항상 누워계셨는데 재봉질을 배운다니 어디서 힘이 나셨는가!

줄곧 앉아 계시며 당신이 며느리보다 잘하는 부분이라 신이 나신 듯했다.

이 재봉틀은 원래 서 있는 것이었으나 앉아서도 하게끔 전기모터로 손수 바꾸신 것인데,

바늘에 실 꿰기도 어려웠지만 오래도록 쓰지 않아 부드럽게 굴러가질 않았다.

오른발 밑에 모터를 두고 누르며 손은 헝겊을 붙들고 반듯하게 박아야 하므로

겁이 나서 앞으로 가기가 어려웠으나 차차 재봉질 소리가 듣기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드.....르...르....륵...'이 '드르르르르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깔개 자체가 헌 것이라 모양을 낼 것도 없이 튼튼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시침을 하지 않으면 오그라드니 꼭 시침을 해라!

헝겊이 조각이면 먼저 헝겊들을 잇고서 해야 빠르고 곱다.

밑실이 떨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등 배울 것이 많았다.

 "앞으로 가다가 뒤로 한 번 더 가주려면 어떻게 해요?"

 "그 건 실력이 어느 정도 생겨야 하지, 벌써?...ㅎㅎ..." 



 요깔개는 등치가 커 좁은 틀 사이에서 돌리며 박으려니 실패가 걸려 넘어지고,

실패가 넘어지니 실이 자꾸 끊어져 손으로 하는 것이 덜 튼튼해도 빠르겠다 싶었지만,

사람이 그리운 어머니와  5시간을 함께 하며 과일도 먹고, 웃고...

역시 선수시다는 칭찬에 춤을 추시며 내가 한다고 해도 극구 마무리를 해주셨다.

그냥 다니러 가면 어머니 사시며 섭섭했던 일들 재방송에 들키지 않고 멍때려야하나

이렇게 시간 보내니 一石二鳥라 집에 와서 다음 재봉질거리를 찾아보았다.

버리려했던 것이 새롭게 태어나 뿌듯하다.





   2019년  2월  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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