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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아침 일을 끝내니 9시가 안되어 엄마한테나 다녀올까?

제사가 다음 주라서 일주일 차이로 가기가 벅차 어버이날도 그때 하겠다 전화드렸는데,

섭섭하시면 어쩌나 날도 날이라 얼굴 한번 더 보겠다는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중간쯤 갔을 때 엄마가 아버지 일터에 계신가 여쭈었더니,

일주일 후면 또 올 텐데 피곤하다 오지 말라며 말리신다.

그렇다고 내가 돌아갈까!

 

 가게로 가야 하나 집으로 가야 하나 결정하기 위해 전화드렸던 것으로,

점심은 걱정하시지 말라 했지만 미역국을 끓이고 계셔서...

딸내미 온다고 불편한 다리로 왔다 갔다 신경쓰셨구나 싶었다.

도착했다며 아버지께 점심 드시러 잠깐 들어오시라 했더니 못 오시겠단다.

일하시다 쉬다 저녁에 들어오시는 것이 낫지 왔다 갔다가 힘드신 것이다.

 

 말끔해 보였으나 청소해드리고 엄마와 점심을 먹었는데,

설거지하고 자리에 앉으니 무엇을 손에 슬며시 쥐어주셨다.

 

  

 

 

 "자, 어린이날 선물!"

 "어? 이 지갑 오래된 거잖아, 언제 봤었지?"

 "신혼여행 갔다 오며 엄마에게 선물 줬던 거야."

 "내가? 와~~~ ㅎㅎㅎ"

 

 

 한라산을 내려와 너무 힘들어 길에 앉아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서귀포까지 태워주셨는데,

마침 선물가게를 하는 분이라 싸게 주시기도 했고 덤으로 많이 싸주셨던 기억이 지나간다.

나무 열매로 만들었을까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안은 헝겊을 댄 고운 모습으로...

당시에는 모르겠더니 손으로 일일이 꿰어서 만든 명품 지갑으로 보였다.

나는 어디로 들어갔는지 당시의 물건들이 보이지 않는데 여태 갖고 계시다니...?

엄마는 역시 다르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주머니가 두툼해서 열어보니 동전이 가득해서...

 "엄마, 돈이 너무나 많아. 조금만 가질게...ㅎㅎ..."

 "아니야, 다 가져...ㅎㅎ..."

자세히 보니 100원짜리도 아니고 모두가 500원 짜리여서 다시 한 번 놀라며..

 "엄마, 어린이한테 너무 많잖아...ㅎㅎ..."

 

 언제부터 500원 짜리를 이리 모으셨을까!

지갑만 봐도 가슴 뭉클한데 돈까지 넣어주시고...ㅠㅠ

어버이날이라고 받기만 하는 것이 부담되시는 눈치시더니 말이야!

내가 뭐 특별한 것을 사드리는 것도 아니고 남들처럼 용돈을 풍족하게 드리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간직하고 계시다 전해주시니 얼마나 큰 감동이 오던지!

일기를 쓰다 말고 다시 전해주신 엄마의 깜짝선물에 고마움을 전했다.

엄마에게 여전히 어린이로 남아 기쁘다...^^*

 

 

 

 

  2018년  5월  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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