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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싼사람들

부담 없어 좋았네!

평산 2018. 6. 22. 12:08

 

 다리가 불편하셔서 어머님은 밖에 나가지 못하신다.

나보다 고급스러운 시선을 지니시고...

보통 여인들처럼 쇼핑을 즐기시는 분이신데 나가질 못하시니 돈의 쓰임이 적으셨다.

남편이 군에 있을 때 당신을 위해 접시 하나 사실 때에도 1000원 한 장 보태지 않으셔서...

새엄마 신가 할 정도로 인정이 없으셨는데...

요즘은 나에게 용돈을 가끔 주신다.

 

 이 돈 갖고 무엇을 해 오너라가 아니라 그냥 쓰라고 주신다.

5만 원을 주시다 요번 달에는 치과에 다니는 것을 아시고 10만 원을 남편에게 보내셨는데,

저절로 무엇을 해드릴까 하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의무감에서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어머님이 현명하시단 생각도 들었다.

 

 

 

 

 꽃게를 워낙 좋아하셔서 한 번은 게장 담그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우리 집에서 먹는 것이야 신경 쓰지 않지만,

미식가이신 어머님이라 어떻게 간장을 끓이는지 여쭈었더니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하시곤 잠잠...

마침 목욕하러 가시고 싶다 해서 탕 속에 며느리와 어머님이 앉았는데...

자연스럽다가도 어색해 '간장게장 담그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했더니,

더운 열기에 정신이 없으셨는지 갑자기 하나도 모르겠다 하셔서 ...ㅎㅎ

 

 용돈도 받았겠다 꽃게 2kg을 사 왔다.

선상(船上) 꽃게라 하여 배에서 잡아 살아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잡아서 즉시 얼린 꽃게란다.

끓여놓은 멸치육수가 있어 양파와 대추, 버섯, 생강, 통마늘을 넣고

끓기 시작할 때 약한 불로 줄인 다음, 은행에 잠깐 다녀오며 누구를

만나 이야기를 건네고 조마조마 왔더니 국물이 잘 우러났다.

 

 

 

 맑게 걸러 간장과 소주를 붓고 다시 부그르르 끓은 다음

차곡차곡 눕힌 꽃게에 식혀서 부었다.

매운 것을 못 드셔서 청양고추나 고추씨는 넣지 않았는데

직접 게장을 담근 것은 아마 처음일듯싶다.

하루 종일 걸려 저녁 무렵에서야 냉장고에 넣었지만

시간이 아깝단 생각을 못했다.

 

 얼른 갔다 드리고 싶었으나 3일 후에 다시 국물을 끓이고 식혀 부어야 한다니,

무거워서 어머님은 힘드실 것이라 익혀서 드리려고 하는데...

나도 이다음 누구에게 가끔 용돈을 주어야겠단 생각을 해봤다.

즐거워서 기꺼운 마음으로 하게 되었으니까!...ㅎㅎ

커다란 게 다섯 마리라 한 마리는 맛볼 참이다.^^*

 

 

 

 

2018년  6월  2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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