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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냉장고 야채 칸에 여러 달 전부터 서리태콩 두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콩밥을 무척 좋아하셔서 떨어지지 않고 밥에 넣어 드셨는데...
이제 치아가 시원찮아 드시질 못하고 있었다.
아픈 몸에 신경 쓰시느라 콩 생각은 안중에 없으셨을 테지만...
아무런 말씀 없으신데 콩 욕심내는 것 같아 조심스러움이 있었고,
가뜩이나 드시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 된 심정이 어떠실까 망설여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맛있어지는 콩은 이 세상에 없다.
행여 이다음에 정리하는 차원에서 대하는 콩은 또한 다를 것이라
설거지를 하며 용기를 내었다.
"어머니, 냉장고에 있는 서리태 콩으로 콩조림 물렁하게 해드릴까요?"
아쉬움이 남는 말투셨지만 두 덩어리 다 가져가라고 하셨다.
섭섭하실 것 같아 하나만 챙기고 집에 오자마자 씻어서 물에 담가두었다.
1kg은 될 듯싶은데 콩이 불어나면 많을 테지만 이참에 어머님도 드시고,
며느리도 맛있게 먹어 몸보신(?)하는 게 낫지 않겠나?...ㅎㅎ
생선에 영양이 뒤처질까 고기보다 순함이 덜할까!
아침에 일어나니 부드럽게 씹어질 정도로 알맞게 불어 있었다.
멸치육수에 맛술과 식용유 몇 방울, 양조간장 적당히, 설탕 한꼬집 넣어...
부르르 올라오면 불린 콩을 보랏빛 콩물과 함께 넣었다.
푹 익으라고 뚜껑을 덮어서 끓으면 불을 낮추었는데...
자꾸 뒤적이면 콩껍질이 벗겨져 지저분하게 되니까
가끔 중국집에서 그릇을 들어 올리며 재료를 섞는 것처럼 해준다.
요번에는 양이 많아 한 손으로 어려웠으므로 두 손을 써서 섞어주었다.
싱거우면 간을 조절하여 올리고당으로 반짝 반짝하게 해주고,
참기름 몇 방울에 통깨를 넣어주면 되는데 재료가 좋아 근사하게 되었다.
밥을 먹었어도 허전할 때 콩조림이 들어가면 속이 편안해짐을 느껴보셨을 것이다.
너무 푹 익었나 걱정이더니 식으니까 탄력성이 남아 다행스러웠다.
운동하러 나가며 어머님께 전해드려야지이~~~ ㅎㅎ
2018년 10월 1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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