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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고마운 부채!

평산 2018. 9. 7. 23:29


 지난 13년 동안 여름은 이 부채로 살았다.

그래서 무지 고맙다.

장식장 항아리에 꽂아놨다가 여름이면 꺼냈다.

이따금 선풍기를 사용했으나 더웠던 올해도 3시간쯤이나 될까?

베란다 물 가늘게 틀어놓고 노래 들으며 면종류 옷으로 부채로 지낸 것이다.


 다른 부채들은 선물 받은 것이라 아까워 못 썼지만,

이 부채는 2005년도에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잠깐 돌봐주게 된 계기로,

미술 선생님 수업시간에 시간 날 때마다 참가해서 얻은 것이라 부담이 없었다.


 여백의 美를 몰라 어쩌다보니 이름 모를 꽃으로 꽉 채워져...

잘 그렸다는 칭찬도 못 받았다...ㅎㅎ

그래서 더욱 아까운 줄 몰랐는데 이토록 오랫동안 고마울 줄이야!

부채가 커서 열 번만 휘저어주면 땀이 오그라들며 벌벌 떨었다.



 


 

 여름에만 쓰는 물건이어서 江山이 변할 세월에도 탄탄하더니,

재작년(再昨年)인가? 김치를 담고 있는데 친구들이 찾아와 급한 마음에 

얼굴 식히느라고 들고 나갔다가 주점에서 다음날 찾았으나...

얼마나 함부로 대했는지 음식물이 묻고 하루아침에 팍삭 늙어 돌아왔었다.

속상했지만 잘 길들여져서 다른 부채는 손이 가지 않았는데...


 야속한 세월이어라!
해마다 여름철 동무가 되어준 부채가 오른쪽 끝이 찢어지고,

빙둘러 가장자리는 너덜너덜해져서 바람이 시원찮으며...

마디마디를 손가락으로 만져줘야만 비로소 접어지니 헤어질 때가 되었나 싶다.

 '한지를 새롭게 오려 붙이면 팽팽해질까?'

 '사탕을 사 줄 수도 없고 고마움을 어찌 표현해야 하나!'

이 부채 하나로 13년의 여름을 났으니 말이다.





  2018년  9월  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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