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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에 동무가 있으니 참 좋다.

가을에 밤 주우며 봄에는 고사리 꺾으러 오자고 했는데 엄마가 편찮으셔서 참석을 못 했다가

혼자 있는 날이라며 놀러 오라고 해서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갔었다.

새로 지은 집이라 늦가을 마당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부부의 손길로 하늘거리는 양귀비가 피고

잔디가 파랗고 자갈을 깔아 주차장을 만들고 태양열을 이용한 귀여운 가로등이 곳곳을 장식하고,

작은 장독대에 상추, 부추를 심은 텃밭 등이 맑은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손수 수확해 만든 나물 반찬과 갓 익은 김치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고사리가 있다는 뒤편 언덕에 올랐다.

풀밭만 봐도 좋았는데 고사리 체험이라니~~ ㅎㅎ

비닐과 장바구니를 들고 오르다 칡순茶가 좋다는 소리에 순을 따기도 했다.


 


 장화가 없었으면 풀밭 지나기가 오싹했을 것이다.

푹푹 빠지는 곳에 발 위로 무엇이 지나가나 보이지 않으니 남편분 장화라 컸지만 걷는데 무섭지 않았다.

고사리를 발견하기란 어려웠으나 활짝 핀 고사리 옆으로 가보면 보이기도 했다.

고개 숙인 고사리 싹은 참 귀해보였다. 낮은 산을 돌고 이곳에 왔으니

좀 쉬었다가 다시 나오자는데 땀이 났고 들어가면 못 나오니 조금 더 하고 아예 쉬자고 했다.

쑥이 보이면 아까워 윗부분을 땄고 엉겅퀴도 들은 풍월(風月)이 있어서 많이 보이길래 꺾었다.

정말이지 시골에서 살면 이런저런 채집에 너무 바쁠 것 같았다.


 


 지친다며 무엇을 먹잖다.

산에서는 중간에 커피 한 캔을 마셔서 목마른 줄도 모르겠더니 차가운 우유가 한없이 들어갔다.

요구르트도 뚝딱, 여린 쑥으로 만들었다는 인절미가 입에 척척 감겼다.


 주위에 이런 집이 30채 정도로 외부에서 오는 사람만 받았단다.

지방에 내려가보면 인구가 줄어 걱정이란 소리가 들리던데 좋은 방안 같기도 했다.

땅주인였던 할머니께서 머위가 많다고 뜯어가라 했다니 아직 있는지 모르겠으나

장화를 신고 다시 나섰다.




 와~~~

연꽃잎처럼 무성했다.

처음에는 일부러 심으셨는데 이렇게 번졌단다.

먹어주는 것도 도와드리는 거란 생각에 낫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한 잎씩 하니 더디긴 했지만

이 또한 수확의 기쁨을 누렸다. 할머니께서는 서울 우리 동네에 사셨다 해서 놀라기도 하고,

잎은 제거한 다음 한 아름 안고 돌아왔는데 반찬 할 만큼 삶아 껍질을 까고

집을 일주일은 비울 것이라 나머지는 다 가져가라고 해서 욕심을 부렸나 싶었다.

 

 고사리 바구니가 뜨끈뜨끈 열이 나 신문지를 깔고 쑥이며 엉컹퀴를 식혀주었고,

칡 순을 딸 때 하얀 진이 나와 바지가 희끗희끗 해서 물로만 빨아 밖에 널었다.

내일까지 마르려나 걱정이더니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단다.

벌떡 일어나 빨래를 마루에 널고 아침 7시 넘어 일어났으니 부지런을 떤 셈이다.




 친구가 병원 예약이 되어 아침을 먹자마자 나오려고 준비했다가

12시 차 타고 집으로 왔는데 수확할 때는 좋았지만 할 일이 겁나게 많았다...ㅎㅎ

우선 보관방법, 茶 만드는 법을 살펴본 뒤 쑥, 칡 순, 엉겅퀴를 씻어 소독을 할 겸

몇 분간 끓는 물에 김을 쐰 다음 덕는 척(?) 하며 이틀 동안 말려주었다.

쑥 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엉겅퀴 향이 달콤하니 풋풋한 풀냄새가 싱그러웠다.





 고사리는 부드러운 마디에서 꺾어 삶았어도 끝이 딱딱하기에 다시 다듬었으며,

하룻밤 물에 담갔다 반찬 할 만큼 남기고 말려주었더니 실처럼 가늘게 변하였다.

사서 먹는 고사리 두께처럼 되려면 싹이 얼마나 실해야 하는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머위도 삶아 껍질을 까서 들깨가루를 사와 볶았는데 굵은 대가 국물이 풍부하며 맛이 좋았다.


 이 모든 경험은 그곳에 친구가 있어서 해본 것이라 한없는 고마움을 전한다.

3시간여의 수확하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사이사이 평화로움을 누려보고,

잔뜩 먹고 마을 산책하고 돌아오니 밤 11시라 화들짝 놀라고,

밀린 이야기에 다음날 초록마당 비 오는 소리도 좋았고,

둘이서 조촐하니 우정을 쌓으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019년  5월 3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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