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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의 웬만한 곳은 다 가봤는데 '우리옛돌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길상사 위쪽으로 '가구박물관'이 거의 꼭대기에 있는가 싶더니

성북동에서 가장 높은 곳에 2015년에 문을 열었단다.




 명동에서 해오던 반창회를 모처럼 밖에서 만난 것이다.

지하철역(한성대역 6번 출구)에서 정오에 만나 점심을 맛나게 먹고 걸어서 오를까 하다

마을버스를 탔더니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라 편리하였다.

입구에서 돌로 만든 솟대가 반겨주었다.



 이런 돌조각상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개인 박물관이라 커다란 돈이 들어갔을 것이다.

'벅수'라 하여 마을을 지키던 일종의 장승으로 꽃이 새겨져 있고 아이들을 안고 있었다.

꽃은 福을 상징하며 아이들은 多産과 豊要를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불교의 색채가 드러나기도 했는데 누군가가 그렸을 와불이 근사하였다.

손과 발이 통통하니 둥글둥글, 곡선으로 늘어진 옷자락하며 연꽃무늬 장식 등...

평범하고 생명 없는 돌에다 생생함을 불어넣은 듯했다.




 하나는 옆으로 하나는 정면을 바라보며 무섭지 않고 해학스러움에 위엄을 지닌 해태도 돌!

무덤 앞에 있었을 문관과 무관의 석상들이 솜씨가 다르게 죽 늘어서 있었는데,

당시에 지위나 부에 따라 조각가를 선택하여 섬세함과 얼굴 생김새가 전부 달랐다.




 평일이었고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산했다.

이렇게 작은 오솔길을 만들어 곳곳마다 옛돌을 전시해놨으니 그늘이 있어 산책하기 좋았고,

날이 청명해서 걷는 내내 감탄했었다.


 


 언덕에는 33인의 동자(童子)가 서있었는데 33이란 모든 사람과 온 우주를 나타내는 숫자로

일제강점기의 33인도 이런 연유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분재를 땅에 심은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는데 화분에 있으면 멋있다가도 불쌍한 느낌이 들지만,

땅에 심어 자유롭게 자라니 작은 듯 거인 같은 나무가 귀엽고 우람하였다. 




 아이들의 제기차기, 윷놀이, 자치기 등 노는 모습을 형상화한 석상부터...

제주도 현무암 돌하르방에, 아들 낳게 해달라고 석상의 코를 떼어간 흔적도 보였다.

돌을 갈아 물에 타서 마셨다나?




 정원과 오솔길은 옛돌과 어울려 이도령과 춘향이 시대에 온 듯하였으나 본 건물은 현대식으로 지어 세련미가 있었다.

무거운 돌 작품이 가득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트럭이 왔다 갔다 했을까!  

2층으로 오르니 돌쇠얼굴을 닮은 듬직한 석상이 믿음직스러웠다.




 담벼락 가까이 와서 내려다보았다.

조용했던 동네에 박물관이 들어서서 사람 사는 곳처럼 느껴졌을까!

저 멀리 잠실의 높은 건물도 보였다.




 난 조금 더 올라온 이곳이 가장 인상 깊었다.

너른 잔디밭과 갖가지 낮은 석상들이 어우러져 평화로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무가 그렇더니 오래된 돌들도 경계 없이 푸근함을 선사해주었다.

북악산 자락으로 해발고도가 높아 남산타워와 강남까지 넓게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걷다가 앉을 만한 의자가 하나도 없었다.

茶를 마시고 가란 소리였나?

찻집은 아름다운 자수로 채워져 있었는데 밥상을 덮어두었던 조각보와,




  일일이 수놓은 장식품들, 아름다운 베갯잇이 황홀하였다.

작은 정성이 들어가면 작품이 되는 것인데 수 놓은 베갯잇을 사용해본 적이 얼마인가!

어릴 적에는 왕겨를 넣었던 기억이 지난다.




 이곳 입장료는 7000원으로 다소 비샀으나 1년 입장료는 의외로 만 원이었으며,

찻값은 커피가 3500원으로 한 바퀴 돌고 운동했으니 쉬었다 올만 했다.




  찻집에서 뒷문으로 나가니 다시 귀여운 분재 나무가 멋스러웠고,




 마당이 있으면 놓아두고 싶은 석상이 보여 미소가 지어졌다.

난 이렇게 단순한 조각이 마음에 들어 정을 들고 돌 쪼기는 어려우니 촉촉한 찰흙을 떠올려봤다.

비슷하게 만들어보면 재밌겠는걸?

실내에서 밥 먹고 차 마시는 것보다 바람 쐬고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2019년  6월  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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