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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 물소리 길은 총 6구간이 있다.

요번에 다녀온 길은 '흑천길'로 경의중앙선을 타고 원덕역에서 내려 용문역까지 걸었다.

아니 섭섭하다고 용문역을 지나 조금 더 걷다가 왔다.




 여름이라 풀들이 얼마나 울창한지 가는 곳마다 싱그러웠다.

역에서 내려와 처음 만나는 이 물이 흑천인 줄 알고 한강으로 합류하는 川일 테니...

수로가 좁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농사에 쓰이는 물길로 바뀌어 옆길로 접어들었다.

들판은 농사일이 한창이었고 '흑천길'을 걷는 사람은 우리일행 밖에 없었다.

구름이 조금 끼고 바람이 있어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바로 앞 산세와 감자밭이 조화를 이루며 그림 같았다.

밭이 얼마나 넓은지 일하는 분이 오른 편으로 자그맣게 보인다.

양평에서 농사짓는 작물들은 대부분 서울로 이동한다는데 햇감자를 보면 생각나겠네!




 그렇게 작은 수로를 따라 걷다가 터널을 만나...

물소리길 표시를 잘 따라왔음에도 굴다리를 지나자 어디로 가야 할지 몇 갈래라 두리번거렸다.

마을 분이 멀리서 보시고 손가락질을 하셨는데...




  터널이 끝나자마자 오른 쪽으로 돌며 나무계단을 올라가야만 했다.

방향이 바뀌는 곳에는 바로 표시를 해줬어야지!

아저씨를 못 만났다면 앞으로 향하다 돌아왔을 것이다.




 뱀 나오겠는 이런 좁은 풀밭을 지났다.

잡초도 모양이 가지가지로 이름이 다 있을 테지만 뒤에는 큰 풀이,

앞에는 앙증맞은 연둣빛 낮은 풀이 자라며 사이사이에 노란 작은 꽃들이 보기 좋았다.


 

 딸기농장을 지나자 커다란 물길이 보였는데 오늘의 주인공 黑川이란 감이 왔다.

기반암이 까매서 물이 까맣게 보여 흑천이라는데...

 '햐~~~, 그럼 그렇지!'

삼성교를 건너며 물길을 내려다보니...




 흑천의 폭이 꽤 넓어서 놀라웠다. 짐작으로 한강의 1/2은 되는 듯하였다.

이곳에서 약 6km쯤 남서방향으로 흐르면 남한강과 합류하게 되며 강이라고 해도 될 듯싶었다.

저 산은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일곱 마을이 보인다는 추흡산(583m)일까?

칠읍산이 추읍산으로 변했다는데 용문역으로 향하는 기찻길이 보인다.





벼가 심어진 농가를 지나고 수진원농장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냇가 옆 숲길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싱그럽고 걷기 좋은 길이라 연신 감탄하던 중 야생 뽕나무를 만났다.




 당시에는 오디만 보이더니 뽕나무 잎이 매끈하며 찻잎으로 그만이네!...ㅎㅎ




 물 대신 달려들어 영양분을 섭취했다.

뽕나무는 소독을 하지 않아 그런가 벌레가 있어 그런가 하얀 실같은 것이 끼기도 했고,

같은 뽕나무라도 말끔하니 달콤한 열매가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뽕나무 군락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어 다듬어진 숲길을 지나는 곳까지 오늘의 걷기 중 제일 근사했던 곳이다.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을을 지나자...

송강 정철도 이곳을 지났다는 팻말에 반가웠다.

 '말을 갈아타고  흑수(黑水)로 들어서니 섬강(원주 섬강)이 어디더냐 치악이 여기로다'

붓으로 全文을 써봤으니 리듬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흑수가 아무래도 흑천 아닐까?




 숲길을 빠져나와 백산교를 건너는데 벌써 물놀이를 하며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곳에서 용문역으로 향하는 길에는 다슬기와 낚시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햇볕이 쨍쨍하진 않았어도 모자를 쓰면 땀이 나서 다리를 건너며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냇가로 내려가 햇볕을 등지고 점심을 먹었다.

더운 여름이라 도시락을 싸기도 마땅찮아 치즈와 잼을 넣은 빵과 과일을 가져갔었다.

바로 아래 물길을 보니 정말 까맣게 보여 黑川이 어울렸으며...

들판에서 보았던 잠자리도 돌에 앉은 잠자리도 까만색이라 흥미로웠다.




 팔당으로 내려가 식수로 사용될 물이어서 그런가 거울에 비친 듯 잔잔하였고...

분홍빛 지칭개(?)가 맑은 물을 지키는 파수꾼 같았다.

 '아~~~ 일부러 심지 않았어도 아름다운 풍경이어라!'




 흑천과 만나는 새끼 하천이 등장하여 작은 물길을 건너려고 아랫길로 내려갔다.

이곳은 비가 많으면 물이 차는 곳으로 뒤늦게 쑥 뜯는 아주머니가 보였고...

물가임에도 뽕나무가 많아 다시금 서서 따먹었는데 뽕나무가 물을 좋아하나?

가지를 꽂아도 잘 번식하는 것이 뽕나무라더니 열매가 떨어져 물에 흐르다 번식하였나!

예전에 양잠하는 곳이 근처에 있었을까, 물가에 뽕나무가 그만큼 많았다. 




 흑천의 지류를 건널 때 정갈한 징검다리가 놓여있었고 갈대(?)가 키만큼 우렁차게 자랐으며,

비가 오면 물이 불어 위험하니 이곳에서는 雨天時 도로가 따로 있었다.




 징검다리 양옆으로 통발이 설치되어 있었고,




 다시 넓은 흑천으로 나오자 무슨 용도인지 돌을 쌓아 보기 좋았는데...

진작에 알았다면 이곳 나무 아래에 앉아 점심 먹을 것을~~~ 했었다.

빨리 걸어서 무엇하냐며 느긋하게 앉아 시원하게 바람 쐰 곳이다.




 이제 거의 용문역에 가까이 왔다.

마을 길은 대부분 벚나무가 가로수여서 체리만 한 버찌가 달려있기도 했으니,

그냥 갈 수 있나? 보약이라 여기고 따 먹다 자줏빛 손이 되었다.




 장독대가 나란한 길을 지나서...




 모내기 준비하는 곳도 지나는데 모판을 본 것이 개인적으로 영광이기도 했다.

3~4월에 걸었던 물소리 길은 이른 봄이라 나물 캐는 즐거움에 설렘이 있었다면

오늘 흑천길은 맑은 공기 듬뿍 마시고 초록이 사방으로 짙어지며 눈이 호강한 날이었다.




 파 잎이 뾰족한데 그 끝에 꽃이 자리 잡고 씨앗이 여물다니...?

작은 송이송이가 동그랗게 모아진 파꽃도 무척 아름다웠다.

땅에 심은 양파도 처음 대해서 보기 좋았고...




 경이롭기까지 했던 이건 또 무슨 장면이던가?

상추 사이로 길게 옥수수를 심었는데 색의 조화가 예술작품을 본 듯하였으니,

주인의 감각을 높이 사야 하나, 때마침 뒷배경으로 우뚝 솟은 山은 무엇이며 왜이리 멋스러운가!

수확이 늦어져 일손 거들고 가자는데 아무도 나타나는 이 없어 안타까웠노라!




 용문이라 함은 은행나무가 유명한 곳이다.

역에 다다른 마을 어귀에 듬직한 은행나무와 쉬어 가라고 널찍한 돌이 있었다.

남은 과일 깎아 먹고 비석의 글귀를 대충 읽어보니 무덤가에 있었을 비석이었다.

삶과 죽음이 따로 있던가! 이런 모습도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니...^^


 흑천길은 7.2km로 3시간이라 했지만 가다 쉬면서 섭섭하여...

용문역을 지나서도 마을 한 바퀴를 넓게 돌아 4시간 30분쯤 걸린 듯하다.

남은 물소리 길도 내 곧이어 만나러 가리!





  2019년 6월  1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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