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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먹으러 시장 골목을 지나는데 예천에서 두 가지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보였다.

하나는 '백두대간 인문캠프 안도현 시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용궁 시장에서 열리는 '용궁순대축제'였다.

가장 번화가였던가, 사람들이 제법 많아...




 꼬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야만 했다.

우리 일행은 안도현 시인의 인문캠프를 보기 위해 저녁을 일찍 먹는 셈이었는데,

찾아간 순댓집이 예쁜 화분들로 풍성하였고 먹으러 온 사람도 많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예천에 순대가 그리 유명한가?



 


 기본 반찬에 매콤하고 불 맛이 느껴지는 오징어불고기 한 접시가 먼저 나왔는데

대파와 오징어 한 조각을 곁들여 먹으니 자꾸 입에서 달라고 했다.^^




 그리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부추, 파, 한약재 등 열 가지의 신선한 재료를 막창에 넣어 직접 손으로

만든다는 순대가 두 가지 나왔는데 그동안 당면만 넣어 쫄깃거리는 순대에 익숙해져서

고급 진 순대는 부드러움에 그 맛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

순대 국밥도 한 사발 나와 어찌나 배가 부르던지 밥은 거의 남겼다.


 1960년~ 70년에 예천은 우시장이 따로 열릴 만큼 5일장이 컸으며...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과 장사꾼들이 저렴하고 푸짐한 순댓국과 순대요리를 찾으면서,

순대를 파는 집이 늘어나고 오늘날 축제를 열정도로 발전하였단다.





 밥을 먹고 시장을 구경하는데 순대축제장이 이색적이었다.

용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일까? 옆에 용왕도 잠시 바다에서 건너 오시고...^^

한참 음악이 들리더니 잠잠 한 것이 오늘 이곳에서의 행사는 끝난 모양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니 용궁나이트 흥청망청 댄스타임이 방금 있었다 해서 서운서운했다.

배불러 한바탕 뛰었어야 했는데 나이트 가본 지 얼마던가!...ㅎㅎ




 그렇게 정신없이 다니다 한순간 일행이 보이지 않아 물어물어 용궁역을 찾았다.

용궁역에 지금도 기차가 서는지 모르겠으나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안도현 시인이 유명하긴 하신가 보다!




 백두대간 인문 캠프에 시인이 오신다 해서 사실 전날 그의 詩 몇 편을 읽고 갔었다.

시인이 유명해진 계기가 되는 '너에게 묻는다'를 오래전 대했을 때...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의 대목에서 정신이 바짝 차려졌었다.

그리고 화두가 되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마구 던졌다.

그랬느냐? 그랬었느냐? 그런 적이 있느냐?




 시인의 詩를 노랫말로 쓰고 곡을 만들어 가수가 노래를 하고, 시 낭송을 듣고...

목소리가 소녀스러우며 구슬처럼 울리는 뮤지컬 배우가 분위기를 띄우자,




 안도현 詩人이 용궁역에 나타나셨다.

예천이 태어나신 곳이며 고향으로 돌아오시겠단 말씀에...

오시면 무엇을 하실 예정이냐며 문학관 건립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문학관 건립을 반대하신다 해서 공감이 갔으며...

뭐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시인의 詩처럼 소박한 이야기들이 이어졌었다.

용궁역은 토끼간빵이 유명하던가?




 인문 캠프는 요번이 2회 째로 1회에는 소설가 김훈님이 나오셨다는데...

 '안동에는 story가 엄청 많지만 telling이 없다'라는 말씀에 teller를 키워야 한다고 했단다.

시인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기보다 질문을 받고 자유로운 대화를 유도하다 나온 말이었다.


 내가 유명한 시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결심했으면,

주위에서 아무런 기대 없이 자유인으로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 마음 내키면 시인 교실을 열 수도 있겠고 강연회를 할 수도 있지만,

그냥 이웃집에 누가 이사 왔으려니~~~ ^^

영혼이 자유로워야 번뜩이는 영감이 떠오르고 글로 나타나지 않을까?

물론, 안도현 시인은 다를 수 있다.




 예천에서만 있는 '태평추'라는 음식을 들어봤냐며 지금의 묵밥 비슷한데 도토리묵을 굵게 채 썰어

멸치 국물을 붓고 볶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 김가루, 깨소금을 얹어 훌훌 떠먹는 음식으로

입가에 묻은 김가루를 혀끝으로 떼어먹으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바다와 갯내를 상상해봤다는 시인은

주위의 사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바라보고, 구체적인 것을 살필 것,

들려오는 소리조차 소홀히 여기지 말고 들어봐야 남보다 다른 詩가 나온다 하셨다.




 나 또한 봄이면 무슨 새싹이 나왔나, 혹시 먹는 나물일까 땅만 보며 한 바퀴 도는 것이 일쑤고

나무와 식물들 지나며 자세히 관찰해보고 이름이 궁금하면 찾아보고,

뻐꾸기, 딱따구리 소리에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라 해보며 어느 나무에 앉았나 멈췄다 움직이는데

사 계절 변하는 모습을 아무리 지켜봐도 도무지 詩를 쓸 기질이 없어...

그다음 단계는 어찌해야 하는지 집에 돌아와서야 질문이 떠올랐다.




 시인의 詩 중에서 어머님이 아끼지 말고 넣으라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전날 읽었던 詩 가 떠올라 '참기름' 하니 옆에 있던 젊은 친구가 손을 들어 선물 받는 기쁨을 맛보았고

비교적 늦게 끝나 당연히 가셨을 줄 알았으나 함께 해주신 시인께 감사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 밤 숙소로 돌아와 여태껏 호텔에서 잔 적이 없는데 무슨 일이람?

옆방에서는 볼일 보고 일어났더니 저절로 물이 내려갔다 해서 감지기가 달려있나?

새로 지은 호텔이라 역시 다르다며 촌티를 냈는데...

 

 음~~~

방에 돌아와 저절로 알아 모시려나 앉았다 일어났더니 물이 저절로 내려가지 않았다.

우리 방만 그럴리 없을 터라 하염없이 찾아보아도 물 내리는 스위치를 발견 못하고,

여전히 내려가지 않아 어리둥절하며 자체에 보일랑 말랑 비데 스위치가 붙어있어서 그 와중에

오호~ 그동안 더욱 발전했구나, 새로운 문명을 누리는 것도 기쁨이라며 할 수 없다 일어서는데... 

휴지걸이 위에 센서가 달려있었지 뭔가!






 2019년  7월  1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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