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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행사가 있어서 다른 날보다 늦게(아침 9시) 경북 예천으로 출발하였다.

처음 가는 예천이라 당연히 가보고 싶었으며 요번에는 인문학 캠프여서 詩人을 모셔온다니,

색다른 설렘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문경 유스호스텔 옆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일찍 도착하여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서울이 35도라 전해지고 이곳 또한 여과 없이 내리쬐는 햇살에 수영장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와글와글 물무늬에 푸르름이 좋구나!'




 점심은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비슷했어도 사과가 많이 생산되는 곳이라

양념으로 갈아 넣었다는데 토종 된장을 한 점 넣어 쌈과 맛있게 먹었다.

분홍빛나는 술은 오미자를 넣은 일종의 막걸리로 색이 분홍이라 주스를 마시는 듯했다.

지방의 특색 있는 술들은 맛보는 편이며 안주로 배추전이 고소했다.

 



 일정상 詩人은 저녁에 만나기로 되어 있어 날 저물기 전에 예천의 몇 곳을 돌아보았다.

그중 도정서원(道正書院)으로 향하는 길에 멋진 소나무가 보이기 시작하고,

몇 시간 버스 타고 왔으니 잠시나마 걷는 게 좋았다. 




 낙동강인 줄 알았으나 내성천(乃城川) 이었다.

넓고 둥그렇게 돌아가는 모습이 사진으로 본 회룡포를 연상케했다.




 서원은 입덕루(入德樓)를 시작으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양쪽 기숙사를 끼고






 선비들이 모여 학문을 강론했다는 강단으로 오른다.

조선 선조 때 좌의정을 지냈던 약포 정탁(藥圃 鄭琢 1526~1605) 선생의 위폐를 모시기 위해

1640년(인조 18)에 세운 사당이었다가 사림과 후손들의 성금으로 이곳 강당을 세워 서원으로 승격되었단다.

전면에 난간을 두른 누각으로 딱딱한 분위기를 벗어났으며...




 높은 곳에 위치해 쉴 새 없이 바람이 드나들어 잠시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

1866년 서원 철폐령으로 일부가 훼손된 것을 여러 단계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는데,

임진왜란이 터지자 약포 선생은 이순신, 곽재우, 고경명, 김덕령 등의 뛰어난 장수의 천거는 물론,

이순신에게 사형이 구형되었을 때 있는 힘을 다하여 죄가 없음을 밝히고 살린 분이셨다.




 강당에서 내려다보니 기숙사 사이로 하얀 모래사장과 물길따라 둥글게 뻗은 산줄기가 근사했다.






 그밖에 선생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과




 제기 및 제수 보관시설인 전사청을 구경하고,




 서원에 도착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읍호정(挹湖亭)으로 향했다.

이곳은 78세(1603)에 임금의 허락을 받아 벼슬을 완전히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온 정탁 선생이,

내성천에서 고기잡이로 소일하며 그동안 쓴 글들을 정리하고 마지막 생애를 보낸 곳으로,




 주위에는 무리지어 핀 개망초의 올망졸망 하얀꽃이 연두와 어우러져 화사했다.

햇빛이 없으면 이런 연출도 부족할 것이라 날 더워도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낙향 때 나라에서 많은 은전(恩典)을 내리려 했으나 국란을 겪은 어려운 시기라며 모두 사양하고

그럼에도 굳이 은전을 주려하자 낙동강 관리권을 받아와 이 일대 사람들에게 농토 기반을 마련해주고

협동 자치규약을 만들어 신분을 초월해 화합했다니 훌륭하신 분이셨다.




 서애 유성룡보다 16세 연상인 약포는 퇴계 문하에서 함께 수학했으며

소재 노수신과 더불어 학문과 경륜의 최고봉인 영남 3대가로 칭송받았다 한다.

햐~~~ 풍경 좋구나!


 

 

 날이 더워 쉬고 싶은 사람은 그리하자고 각자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는데...

하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봤으니 궁금해서 내려가보았다.




 낙동강은 날 더우면 녹조가 끼던데 이곳은 고운 모래에 아주 맑았다.




 이곳 바위에 앉아 낚시하시다 초립동 갓을 쓴 젊은이를 만나셨을 테지!


 "낚시하는 노옹, 약포가 강 건너에 사시는가?"

 "그렇소만... .."

 "내가 볼일이 있어 약포 선생에게 가는 길인데 나를 업어서 좀 건너주시게."


 "요즘 약포 선생께서는 무슨 일을 하며 어찌 소일하시는지 혹 아시는가?"

 "예. 가끔 낚시도 하고 때로는 초립동이를 업어서 건너주며 지내고 있습니다."


 '..... ..... 헉! ....그럼, 이....분이 .. 약포???..... ...... ..... ....'

 바위 옆으로 쥐구멍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ㅎㅎ




 이곳 물가에 내려올 때까지 정탁 선생에 대해 막연했는데 집에 돌아와 정리해보니,

그동안 흩어져 기억하던 이야기들이 모아지며 앞으로 두 가지는 잊지 않을 것 같다.

사형선고의 이순신을 살려 다시 바다를 지키는 장수로 내보내신 분!

초립동 갓을 쓴 젊은이를 업어 건너 주시고 슬며시 놀라게 해 입을 못 다물게 하신 분!





 2019년  7월  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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