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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깨밭을 지나 선몽대에 도착하니 멋스러운 소나무가 가득하였다.

울진에만 이런 소나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지나는 곳마다 따라다녀서 사실 놀랐다.

사람은 늙으며 고집스럽고 꼰대란 소리를 듣는데 소나무는 바라만 봐도 편안하다.

 

 


 수해와 바람으로부터 백송리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보호림으로100~ 200여 년 된

소나무와 은행나무, 버드나무가 함께 자란다는데 소나무만 눈에 들어왔다.
2006년 11월에 선몽대 일원은 명승지 제19호로 지정되었으며...

 

 

'산천에 둘러싸여 훌륭한 경치를 이루고 있다'라는 선대동천(仙臺洞天)을 지나는데

이곳은 마을의 공원이 됨은 물론이고 소풍 장소로도 유명하단다.



 소나무 숲에서 약 100m 이동하니 선몽대에 닿았다.
450년의 역사에 선비들이 문장을 주고받으며 교유하던 누대(樓臺)로,

1563년(명종 18)에 퇴계 이황의 종손이며 문하생인 우암 이열도 (遇岩 李閱道)가 창건한 정자였다.

 

                     

 뒷산 또한 힐긋 올려다보니 낮은 나무들 사이로 소나무가 쭉쭉 뻗어 보기 좋았는데,

 

 

정작 선몽대는 겉만 돌아볼 수 있었고 아무도 없어 쓸쓸했다.

예천에 볼거리가 없다더니 오전에 돌았던 서원이나 석송령도 근사했고

이곳 솔밭과 내성천도 시간의 흐름을 가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유자적(悠悠自適)해서 가치가 느껴졌으나,

 


 대문과 방문이 꼭 닫혀있었다.

'선비가 춤추는 꿈을 꾼 자리' 란 의미의 유선몽대(儒僊夢臺)는 지역의 서예가가

썼다고 해서 반갑기도 했으며 퇴계 선생이 쓰셨다는 현판은 구경할 수 없어 아쉬웠다.

 

 

 너럭바위를 그대로 파서 만든 계단을 오르니...

당대의 석학(碩學) 들인 퇴계 이황, 약포 정탁, 서애 류성룡, 청음 김상헌, 한운 이덕형 선생이

시원스러운 내성천을 내려다보며 정담이 오고 가는 듯했는데...

 

 

 세월이 흘렀어도 멋스러운 자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2층 구조로 아래층에는 다섯 개의 돌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형태로 원래 나무로 된 기둥이었으나

부식되어 가는 것을 후손들이 1980년에 보수하면서 돌기둥으로 교체했단다.

기둥 사이로 보이는 바위가 심상치 않아 건축물 뒤로 돌아가 보니...

 

 

 산에서 뻗어내려온 바위 위에 지은 집임을 알 수 있었다.

 

 

 완전히 돌아가 높다란 2층 구조의 대문과 선몽대의 뒷모습을 구경하고...

 


 기와를 얹은 아름다운 흙담과 잘 자라고 있는 돌나물과 잡초들을 보며

주인이 없어도 잘 자라서 대견스러웠다 할까?

 

 

 밖으로 나와 내성천에서 바라본 선몽대의 모습이다.

현재 주차장에서도 떨어져있어 당시에는 오지라 어찌 드나들었을까 싶었다.

혹시 내성천에 배를 띄웠을까?

 


 예천에서 안동 방향으로 흐르는 내성천은 영주댐으로 인해 수량이 줄고

모래의 흐름 또한 원활하지 않다는데 예전의 모습을 모르는 나는

물이 맑고 얕아 가족들이 놀기 좋은 하천으로 보였다.




 영주와 봉화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흐르다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곳에 선몽대가 위치하며,

강바닥은 물의 흐름으로 인해 모래가 어떻게 쌓이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저 앞에 있는 녹색섬에 가볼까?



 참질 못하고 같이 지냈던 젊은이와 물속에 들어갔다.

마침 서쪽으로 해가 기울고 있어서 멋진 그림자가 선물처럼 만들어졌지 뭔가!...ㅎㅎ

버스 타고 오며 부었던 종아리가 시원해지고 저절로 마사지 되었으며

먼저 만들어진 왼쪽의 짙은 모래 길은 자갈이 섞여 있어 지압 효과까지 있었다. 

발바닥이 아파 괴롭다 싶으면 오른쪽의 고운 모래길로 나와 물놀이를 즐겼다.

 


  녹색 섬은 일종의 河中島로 물살이 세고 많이 흘러 당황스러웠는데...

언제 이런 강에서 휴식을 취해보냐며 여름휴가를 온 듯 강바람에 더위도 식히며 행복했다.

이리 저리 몰려다니는 물고기도 관찰하고 햇살에 아롱지는 물무늬와도 놀았다.

 

 벗어놓은 짝꿍 신발이 보이지 않아 나뭇꾼을 떠올이며 뭍으로 올라왔는데,

자갈을 거닐 때는 괴롭기도 하더니 다리가 얼마나 개운한지 피로가 몽땅 달아나 있었다.

후손들이 만들었다는 선몽대의 주인공 이열도 유적비를 지나가다...

 

 산책길이 나 있길래 시간을 보니 30분의 여유가 있어 오르기 시작했다.

비교적 잘 만들어진 산책로였는데 중간에 전망대가 보여,

내성천이 내려다보이며 얼마나 아름다울까 잔뜩 기대했으나 나무들 키가 커서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며 정상에 오르면 달라지겠지...이러다 늦는 것 아닐까...

앗! 거미줄에 걸렸네... 저기인가?... 바로 정상이 보인다, 힘내자!

둘이 죽이 맞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올랐었다.

 

 꼭대기에는 더 넓은 전망대가 있었으나 이곳 또한 나무들이 자라 사방을 가려

하늘만 보고 왔지만 성천에서 개운해진 다리 덕분에 다녀올 수 있었다고 만족하였다.

오랜만에 누린 내성천 물놀이를 잊지 못할 것이다.

 

 

 

 

     2019년  7월  1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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