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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에 다녀온 후 하루 쉬고 다시 보따리를 샀다.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천천히 걷는 여행이라 좋았다.

구멍 난 여름 모자를 겨울 모자를 챙겨간다는 것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도착한 후 찾으니 없어서 아차 했지만 남해의 맑은 햇살을 온전히 받고 와 만족하였다.

 

 남해군까지 걸린 5시간이 길다 하면 안 되는데 좀 지루하긴 했다...ㅎㅎ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출발해서 졸기도 했지만 내내 자는 것도 힘들지 않겠나!

푸른 남해바다가 보이니 게슴츠레하던 눈이 번쩍 뜨였다.

 

 

 지난번 충렬사를 못 가서 무척 아쉬웠는데 오늘은 이곳에서부터 이순신 순국공원까지

걸을 예정이라 다리 걱정에 앞서 남해를 직접 걸어본다는 것에 의의가 컸다.

특히 남해 바래길 13코스는 이순신 장군이 싸우다 돌아가신 노량 앞바다(관음포)에서

장군의 운구행렬이 이곳 남해충렬사까지 이어져...

 

 

 당시에 장군을 잃은 백성들 마음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해보기도 했다.

두 개의 문을 지나자 이순신 영정을 모신 곳이 나타나 다 함께 묵념을 올렸다.

 '요즘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겠습니까!'

 400여 년이 지났는데도 가슴이 뭉클했다.

 

 

 바로 뒤에는 현충사로 가시기 전 모셨던 가묘가 있었다.

1598년 (선조 31) 음력 11월 19일에 관음포 앞바다를 출발하여 이곳 충렬사에

잠시 모셨다가 고금도를 거쳐 충청남도 아산으로 운구되어 안장되셨단다.

중요한 일을 끝냈고 오래 걸려 남해로 왔으니...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회덮밥과 싱싱한 굴,

바삭거리는 작은 꽃게로 점심을 먹은 후,

 

 

 본격적인 '남해 바래길 13코스'가 시작되었다.

총 7.2km로 3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는데 아름다운 풍경에 지루할 사이가 없었다.

석화를 서울까지 지고 갔으면 좋겠지만 권유하셔서 맛만 보았다.

 

 

 바다가 바로 옆이라 이런 풍경도 대했다.

조개껍데기로 양식장에 매달아놓으면 굴이 매달린다 했나?

 

 

 '바래길'이란 엄마가 굴 따러 가던 길이란다.

멀리 굴뚝이 보이는 건물은 무엇인가 궁금하더니 하동의 화력발전소였으며...

地圖에서만 봤던 우리나라 남해안 해안선을 밑에서 올려다보는 모습이었다.

 

 

 깊은 내륙에서 자란 나에게 이런 풍경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동에 있는 제법 높은 금오산(849m)이 멋스러웠고...

오른쪽 다리는 2018년 9월에 개통된 노량대교로 제2 남해대교라 이름

지으려 했는데 왜 또 남해냐고 항의가 들어와 노량대교로 이름 지었단다.

 

 

 가까운 곳에서 굴 따는 아낙네들을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출렁거렸다.

 

 

 남해 하면 시금치를 빼놓을 수 없지!

 

 

 듬직한 소나무길도 좋았고...

 

 

 따뜻하니 김장 전 배추가 아직 밭에 있었다...ㅎㅎ...

 

 

 마늘밭도 빼놓을 수 없었다.

 '캬~~~ 바다와 마늘밭이 한 폭의 그림일세!'

 

 

 좁은 오솔길로 접어드니 편백나무가 높다랗고...

 

 

 

 탁 트인 이런 길도 인상적이었다.

 

 

 봄날 같아 겨울옷이 덥기도 했다. 정말 멋지구나!...ㅎㅎ

 

 

 언제 남해에 와서 이런 길을 걸을 수 있으리!

그저 감사할 일로 2km 남짓 남았나 보다.

 

 

 

 

 

 

 

 키다리 유채 한 줄기가 와락 반가웠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런 풍경이었음에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종종 야생 유자가 탐스러웠는데 저녁을 먹고 시장 구경에 나서 유자를 만났으나

낱개로는 팔지 않고 값이 상당해서 향기만 안고 왔더니 무지 아쉬웠다.

동네 마트에서라도 몇 개 사 와야겠다.^^

 

 

 모퉁이를 돌자 드디어 '이순신 영상관'이 보였다. 다 온 것이다.

도착해서도 반가웠지만 이 길을 걸을 수 있어 정말이지 행복하였다.

 

 

 장군의 동상은 마지막 싸웠던 노량 앞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관음포 앞바다였다.

일본의 패잔선 50여 척이 이곳 관음포 방면으로 달아나자 이순신은 일본군의

퇴로를 차단하고 남해 방면으로 계속 도주하던 적을 추격하다 왜적의 흉탄에 맞고

쓰러지졌던 것이다. 평화롭기만 한 바다에서 400년 전 긴박함이 흘렀을 것이다.

 

 

 남해 바래길 13코스가 빛나기 위해서 어떤 이는 빨간 열매의 '먼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것이 어떠냐고 하던데, 먼나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란 야생 유자가 어떨까 싶었으며 전라도와 경상도에 걸쳐 장군의 유적이 많은

관계로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돌아가신 곳을 강조함이 중요하다 싶었다.

 '남해군, 노량해전, 이순신 순국(殉國)!'

 

 

 공원 앞 팔손이 또한 반질반질 잘 자라고 있었으며...

 

 

 이 길 마지막에 들른 곳은 첨망대(瞻望臺)로...

1991년 이충무공이 순국한 지점을 바라볼 수 있게 세운 전망대에 오른 것이었다.

어찌 보면 '남해 바래길 13코스'는 안타까운 역사의 길이었으나 그 뜻을 되새겨보며,

아름다운 바다와 햇살, 푸릇한 마늘, 시금치, 야생 유자에서 힘을 얻은 영광스러운

길이기도 했다. 끝으로 남해군은 경상남도임을 기억하자!

 

 

 

 

 

 

 

 2019년 12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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