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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시작하는 '남해 바래길 2코스'는 바다와 숲이 나란한 길이다.

총 16.6km로 6시간이 걸린다는데 우리 일행은 다랭이마을에서 홍현리 마을까지 걸어...

전체 거리의 1/3 정도를 걸은 셈이었다.





 다랭이 밭들의 돌담은 설흘산(482m)에서 쪼개진 돌들을 아낙들이 날라 쌓았다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풍부해 끌어다 논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밭만 있는 듯했다.



 

 가천 암수바위를 다시 만나 반가웠다.

마을에서는 숫미륵 암 미륵으로 불리기도 하며 언제 다시 만날까 싶어 만져보았다.

숫바위 뒤에 있는 동백꽃에 가까이 갔더니...




 다른 곳은 피지 않아 시원찮았는데 펄펄한 기운 때문인지 활짝 피어 고았다.




  다랭이마을은 바다가 넓으나 포구가 없어 어업이 주가 되질 못하는 마을이었다.

갯바위에 바람이 심하고 태풍의 피해도 커서 어렵사리 산비탈에 논과 밭을 일구며 살아온 것이다.




 이런 길을 가꾸기까지 쉬웠겠는가! 지금은 제법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는데...





 작년에 비하여 훼손이 컸던지 부탁의 말과 길 막아놓은 곳이 여기저기 보였다.

뒤쪽 작게 보이는 정자까지 돌고 오느라 힘 좀 뺐었는데 막혀있어서 다시 돌아 나와...



 

 '꾀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바다'란 뜻의 '앵강다숲길'을 편안하게 휘돌았다.

그런데 부드럽던 흙길을 돌아서며 느닷없이 가파른 내리막길이 있을 줄 짐작이나 했겠는가!

바다로 곧장 내리꽂는 좁은 길에 낙엽도 쌓였지 돌도 많아 위험한 구간이었다.




 그 후론 비교적 평탄한 오솔길로 옆에 바다가 따라와 산책길로는 최고였는데

 


 

 혼자서만 걸을 수 있는 조붓한 길이라 여럿이 지날 경우 멈춰서기 어려웠고,




 한 눈을 팔면 안 되는 길로 한동안 귤나무 비슷한 잎을 가진 나무들이 이어졌다.




 숲길이 바다로 뻥 뚫리자 물 건너편은 수려한 금산이 우뚝 솟아있었다.

만(灣)이란 바다가 육지 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와 파도가 약하여 보통 항구가 발달하는 곳으로,


 


 우리는 점점 만(灣)의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숲길을 벗어나자 바닷가에는 펜션들이 있었는데 모양도 가지가지지만...




 종려나무(?)가 풍성해서 따뜻한 남쪽임을 알려주며 싱그러웠다.

남해의 野生 유자나무가 반갑더니 종려나무도 다른 나라에 온 듯 보기 좋았다.



 

 '앵강나무다습길'은 이제 마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다랭이길 걸으며 더워서 조끼와 목도리만 하고 걸었더니 몸이 가볍고 산뜻하였다.

 



 방파제가 있어 잠시 방향을 틀었다.

함께 걸었던 가이드가 이곳에서 살고 있다며 놀러 오면 낚시질에 잘 해주신다네!^^

 



 다시 해안선을 따라 빙~~~ 둘러 걷다가




 마을에서 바다로 내려오는 가늘지만 굳센 폭포를 만났다.

달빛이 앵강만에 쏟아질 때 이 폭포 아래서 사랑을 고백하면 이루어진다나?

 '보름달이 보석처럼 빛나는 밤바다에 어떤 청춘인들 흔들리지 않으리!'^^




 남해에 와 '코리아 둘레길'이 만들어지며 바래길이 '남파랑길'로도 불리고 있음을 알았다.

동해에 해파랑길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처음 듣는 말이었다.




 홍현마을을 지나자 ...




 만(灣)이 둥그렇게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바래길 2코스를 모두 걸으려면 오른쪽 바다 건너편까지 가야했다.




 물만 넘실대던 바다에 앉아서 다리만 담가도 좋을 돌들이 나타났다.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곳에 그 옛날 유배 온 사람들이 많았다는데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고, 

책 읽기에 텃밭까지 있었으면 요즘으로는 그냥 휴양시설 아닌가?




 오는 동안 가게가 없었으니 물과 간식을 챙기는 것이 좋겠다.




 어디까지 걷는지 모르고 있다가 이곳까지라 해서 시원섭섭했다...ㅎㅎ... 

길은 계속 이어지는데 돌아서야 했으니 말이다. 미련이 남아야 또 온다고 했던가!

관광지만 돌아보고 가는 것보다 바래길을 두 개나 걸어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앵강다숲길'은 아기자기한 변화는 덜했어도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말끔한 둘레길이었다.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게 걸으며 잠시 속세를 벗어난 느낌이었다.





 2019년  12월  1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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