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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일주일 만에 스무 가지가 넘는 살림살이가 돌아왔다.

돈으로 치자면 30만 원 정도가 될까 말까지만 생활에 편리함을 주던 물건들이라 반가웠다.

이사하고 그들이 떠나기 전에 이미 배추 절이는 통과 빨래 바구니가 없음을 발견했으나

결국 찾지 못해서 이 정도는 양보하는 셈 치자며 돈을 지불했었다.



 하지만 이삿짐 정리를 하며 없어진 것들이 자꾸만 나타났다.

디지털 번호키, 생선조림 프라이팬, 찜통, 튀김하는 냄비, 자주 쓰는 소쿠리 여러 개, 등등...

부엌과 베란다에 있던 물건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가고 있는 순간에도 발견되는 것이 있어서

아차 싶었는데 돈을 받은 그들은 예상대로 전화를 받질 않아 기분을 가라앉게 하였다.

그 후로 통화가 되었으나 무엇이든 못 봤다는 거절로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없어진 물건이 당연한 일은 아니어서 3일째 되는 날 본사에 전화했더니,

어떤 사람은 다이아몬드가 없어졌다고 한다며 보상을 받으려면 당시에 샀던 물건의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나?

아니면 사진을 일일이 찍어 없어진 물건의 前後를 비교해 줄 수 있어야 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한심한 이야기에 法이 한참이나 허술하구나 싶어 어디다 하소연 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없었던 셈 치며 편안하게 생각하자로 마음을 바꾸었다.

임지기 싫어하는 그들의 태도에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을까!

 '일단 돈을 다 지불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점을 배웠다.



 그런데 일주일이 흘러 다소 한가해졌을 때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찾았단 소식이 왔다.

우리가 살았던 층에서 위층 계단으로 잠시 짐을 던져두고는 잊고서 가져오지 않았던 것을

사시는 분들이 여러 날 박스가 그대로 있자 그곳에 적혀있던 전화번호로 연락한 것이었다.

혹시나 주위 분들이 가져갔을 수도 있다더니 순전히 자신들의 불찰로 일어난 일임이 밝혀진 것인데..

박스가 하나도 아닌 둘이어서 아직 없어졌는지도 모르는 소소한 것까지 포함되어 있었지 뭔가!

그때서야 사모님 소리가 나오고 미안하단 소리를 들었지만 말없이 물건들을 받았다.

진실이 보이는 순간이었고 그들도 이 기회에 배운 점들이 있을 것이다.



 요번 이사는 살림을 정리하는 좋은 기회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시간 나는 대로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분류하고 물건 하나하나에 먼지 털고, 닦고, 애정을 쏟았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없어진 물건도 찾았으니 福이라 여기며...

바이러스가 번지는 상황에서 별일 없이 끝마칠 수 있었던 점에 감사드린다.







   2020년 3월  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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