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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 댁 다녀오는 길에 매화가 피었다.

은은한 향기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화사함이라 발걸음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매화가 피면 꽃구경하러 어르신들이 나와 계시는데

햇살 고왔어도 날이 써늘해서 그런가 의자는 비어있었다.





 어머님은 요즘 점심을 앉아서 끓여드시고 화장실에 가실 만큼 좋아지셨다.

걸어 다니진 못하시지만 밀며 조금씩 움직이셔서 며느리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빨던 이불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었고...

점심을 혼자서 드시니 쉬는 시간이 늘어 뒷산을 거의 매일 다닐 수 있었다.

 

 어머님 또한 기분이 좋아지셔서 타시는 연금 중 나에게 다달이 용돈을 주신단다.

2월은 받았는데 그 문제는 앞으로 더 지내봐야 안다...ㅎㅎ

마음이 순한 양이셨다가 성난 구름으로 요래저래 변하시기 때문이다.


 무엇이 자꾸 없어진다더니 어느 날은 허리에 주머니를 만들어 차고 계셨다.

바느질 선수셨는데 눈이 어두우시고 마음이 바쁘셨는가 꼬마가 만든 것처럼 아주 허름하였다.

그런데다 실수를 하셨는지 노란 노란 얼룩이 생겨 빨아드린다니,

그럴 필요 없다며 꼭꼭 붙들어매셨는데 정작 내 속을 모르시는 거다.


 난 그 주머니에서 용돈 나오는 것이 껄쩍지근하다.^^

주시는데 안 가져가면 마음이 안 좋다 하셔서 이따금 들고 오지만,

어머님 몰래 집에 도착하면 물에 살살 헹궈 널었다가 지갑에 넣는다.

요즘은 신용카드가 대세라 직장인들 지갑에 들어 있는 돈이 평균 55000원 정도라나?

며느리는 어머님이 주신 용돈으로 현금 10만 원이 넘게 들어 있는 부자다.

그러니까 연금 날짜가 언제라 하셨지?

슬며시 기다려지네!






 2020년  3월  1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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