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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붕차 타고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주셔도 되지만...

아버지께서는 꼭 두 정거장을 지나쳐 일하시는 곳까지 겸사겸사 가시는데

오늘은 곧장 버스정류장이 아닌 일터에서 멈추셨다.

 "능소화가 한창이니 보고 갈래?"

 "아, 그래요? 보고 가야지요...ㅎㅎ..."

 

 담장 위로 올려야 튼튼하게 자랄 테지만 

이곳은 담장이 없으니 지지대를 손수 만들어주셨다.

줄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땅에 꽂아놓으면 능소화가 잘 자란다는데...

지지대를 만들어 주셨어도 꽃과 줄기가 흐드러져 넘어진 곳이 있어 안타까웠다.

능소화 밑에 정다운 주홍빛 꽈리도 있었네!

 

 

 요번에 보여주시고 싶었던 주인공은 바로 상사화였다.

사진으로 본 붉은 상사화는 꽃이라도 무섭고 요염했다 할까?

그런데 분홍은 맑고 깨끗하며 낭랑 18세처럼 고왔다.

작년에는 단지 두 송이가 올라왔다는데 알뿌리라

땅속에서 겨울을 잘 보냈는지 한 아름 피었다.

여름이 오면 잎이 지고 꽃이 올라와 잎은 꽃을 못 보고

꽃은 잎을 못 봐서 애달파 상사화라는데

행여 넘어질까 동글동글 엮어 놓으신 모습이었다.

 "아고~~ 예뻐라!"

 

 

 

 

 철 따라 피는 꽃이 다른데 여름이라 비비추와...

 

 

 옥잠화가 화단 중간중간에 무성하고...

 

 

 백일홍이 돌아가며 몇 그루 피었으며...

위에는 겹벚꽃이 죽 늘어서 봄에 커다란 꽃망울이 몽글몽글 매달린다.

그 뒤로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하시며 심은 영산홍, 살구나무,

자두나무, 감나무가 이어지는데,

 

 

 범부채는 올해 처음 대하는 꽃이었다. 

가을이면 국화가 색색으로 보이나 푸른 잎들로 둘러싸여

어디 있는지 얼른 구별 가지 않았으며..

노지에서 겨울을 나는 꽃 들이라 거칠고 씩씩했다.

 

 

 나리꽃도 벙그러졌다.

산에는 요즘 꽃이 없는데 들에는 제법이란 생각이었다.

붕붕카 밑으로는 아버지 보물창고인 텃밭이 있으나 더워서 통과했다.

고구마와 고추, 토마토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약 30m여서

걸어가겠다고 해도 굳이 태우시겠다는 아버지라

처음에는 신경이 쓰였는데 꽃밭 구경도 그렇지만 

작게는 그러시고 싶을 때 고맙습니다 말 한마디가

효도란 생각이어서 군소리 없이 오르던 중 사마귀 한 마리가

핸들 오른쪽에서 머리를 간들간들하는 게 아닌가!

 "사마귀가 들어왔네요? 언제 들어왔지...ㅎㅎ..."

 "너도 우리 집에 가고 싶으냐?"

 

 아버지께서 손으로 잡으실 것 같아도 정작 사마귀를 어쩌냐며

무서워하셔서 뒷자리에 밀짚모자가 있길래 옮겨 땅바닥에 내려주었다. 

주변의 자연이 건강하다는 뜻이리라! 

다음을 기약하며 붕~~~~~ ♬♪♩

 

 

 

 

  2019년 8월  1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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