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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을 끝내고 빈 그릇과 장바구니를 챙겨 마트에 들렀다.
일어날 때는 약속이 있어 부담스럽더니
수박을 고르며 기대감으로 변했다.
요번에는 추어탕이 아닌 갈비탕을 드시자는데 코로나가 다시 기웃거려
"아버지, 밖에 나가면 좀 불안하지 않을까요?"
"어서 와, 지금 갈비탕 끓이고 있구나!"
재난지원금으로 한 턱 내시겠다던 아버지께서도 생각을 바꾸신 것이다.
봄부터 친정에 갈 때는 오라버니와 함께 하고 있다.
짐 들고 갈아타지 않아서 편리하고,
오빠와 영희야 철수야 하 듯 가까워져서도 참 좋다.
아버지께서 끓이신 갈비탕에 오이무침과 열무 겉절이를 얹어 한 그릇 비우고
대상포진으로 딱지 덜 떨어진 엄마 얼굴을 봄눈 녹 듯 바라보고는
솎은 열무 한 보따리 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전화가 자꾸 울렸다.
집 근처에 친구가 온다는 소식이었다.
김포까지 다녀왔으니 들고 온 채소 정리하고 쉬고 싶었지만
드문 경우라 고마운 마음에 그러라 하고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쑥갓과 열무를 다듬어 씻으며
물김치 하려고 풀을 쑤고 물 한 주전자 끓인 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아직 저녁시간은 일러 낮은 산을 1시간쯤 걸었다.
몇 번 얻어먹어 갚을 수 있는 기회라 개운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은 후
茶 한잔하자며 찻집을 찾았는데 그 많던 찻집은 어디로 갔나?
그나마 찾아간 곳이 손님으로 꽉 차 동네까지 또 걸어야 했다.
친구하고 헤어져 돌아오자마자 씻었더니 저녁을 차려야 함에도
몸이 노곤 노곤하고 다리가 나른하여...
'아휴~~~ 안 되겠다 좀 쉬자!...ㅎㅎ'
의자에 앉아 겨우 10분이 지났을 것이다.
설거지를 마치고 열무물김치가 남아 늘어놓고 잠 자기가 뭐해서
갈비탕 먹은 힘으로 양파와 파뿌리 벗겨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저절로 나오는 신음소리에 소파로 몸을 던지며 끝이 났다.
예정에 없던 친구를 만나고 김치 담그기로 꽉 찬 하루를 보낸 것이다.
시원한 여름 물김치로 태어나길...^^
2020년 6월 1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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