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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앵두와 다육이

평산 2020. 9. 12. 23:22

 마루가 있기 전 이곳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주위에 화려한 벚꽃이 있어 꽃이 필 때는 잘 몰랐는데

빨간 앵두가 열리자 존재가 확 드러났다.

앵두가 익어가도 누군가 따지 않는 듯했다.

볼 때마다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일이 흘러 떨어질 때까지 놔주진 않았다.

 누가?

 山이가......^^

 

 

 

 

 종종 지나는 나그네인 나는...

앵두가 익었으니 아는 척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빨갛게 익어 자신을 나타내는데 몰라준다면

앵두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할까 싶었다.

그래서 앵두가 익을 때마다 얼마큼 따서 주머니에 넣고 왔다.

맛은 그저 그랬지만 앵두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앵두나무가...

싹둑 베어지고 밋밋한 마루가 깔려 양심이 콕 찔렸다.

 '누군가 따 먹는 것이 꼴 보기 싫었을까?'

빨갛게 열린 나무가 보기 좋았는데 나 때문에 베어진 것 같았다.

두 평 남짓 땅에 나무와 풀이 가득하여

복잡하긴 했지만 자연스럽더니 지나며 심심했다.

 

 마루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덩그러니 놓였다가

일 년여 시간이 지나 화분 몇 개가 늘어섰다.

가까운 쪽에 다육이가 사랑스러워 이따금 고개를 숙이고

잠시 구경하다 다육이가 보이지 않을 만큼

잡풀이 가득해도, 장마철 고인 물에 잎이 썩어나도  

앵두가 빨갛게 익었을 때 관심 없었던 것처럼 

맨날 그대로여서 다른 화분은 몰라도 

다육이만은 잡초를 뽑아주게 되었다.

 

 

 앵두 따 먹은 죗값도 있겠고...^^

다육이가 예쁜 까닭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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