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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백도라지

평산 2020. 9. 15. 22:43

 

 

 하루 종일 도라지를 깐 셈이다.

아침 설거지하고 시작해 오후 5시까지 하였다.

3년 근이어서 은은한 향이 좋았으며 더덕처럼 진이 나와 손이 끈적이기도 했다.

한꺼번에 먹기 어려울 것이라 반절만 하고 나중에 하려고 했으나

보관상 냉장고에 넣는다 해도 마르면 벗기기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꾹 참고 하였다...ㅎㅎ

 

 

 

 어떻게 만들어야 상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잘 먹을 수 있을까!

경험으로 볼 때 생나물로 먹기에는 잘 벗겨지고 아리지 않아 1년생 도라지가 좋았다.

3년 근은 보약(?) 겸 먹는 것이며 머리 부분이 거칠고 다리가 여러 갈래여서 잔뿌리부터 떼어주고,

몸통을 갈라 통도라지처럼 다듬었는데 양념이 스며들지 걱정이라 다시 나누기도 했다. 

껍질은 비료로 거듭나길 바라며 화분 위에 얹어주었고,

잔뿌리와 머리 부분은 대추와 영지버섯을 넣고 끓여서

감기 예방 茶로 마시고 있다.

 

 

 

 장마에 남아난 채소가 없다며...

도라지와 고구마 줄기를 주셨는데 미안해하시고 다녀가 고맙다 하셨다.

나야말로 장학금 한번 못 타고 졸업한 염치없는 학생으로...

은행 융자 없이 학비를 대주셨는데 무엇이 미안하시단 말인가!

당당한 사람으로 세상에 나가게 해 주셨으니 항상 고마운 아버지시다.

 

 

 다듬은 도라지는 물에 헹구어 채반에 하루 동안 꼬들꼬들 말렸다.

멸치 다시마 육수에 고추장과 마늘, 대파, 고춧가루, 매실액, 굴소스를 조금 넣고 

팔팔 끓인 후 식혀서 단맛이 좀 우러나라고 매실장아찌와 버무려주었다.

 

 양이 많은 편이라 일단 식초를 넣지 않았는데 매실과 어울려 아삭아삭 좋았다.

플라스틱 통에 넣자니 진한 양념에 깔끔 치 않아 유리나 도자기 그릇을 찾다가

집에서 아이들 공부 도와줄 때 받은 그릇이 보여 처음으로 써보았다.

아낀다고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

도라지 향기로 가을을 맞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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