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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가야금 줄

평산 2020. 9. 8. 14:47

 가야금 12줄 중에 두 줄이 끊어졌다.

동시에 끊어진 것은 아니고 하나를 발견한 후 

다시 한 줄이 끊어졌을 때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미리 일어날 일을 알려주려는 것일까?'

 

 하지만 불길한 생각은 하지 않을수록 좋으니 

순전히 장마와 태풍 탓으로 돌리려고도 했다.

여러 날 습하고 번쩍 해가 들어

비단으로 꼬은 실이 늘어났다 줄었다를

반복하다 견디지 못한 것이리라!

뭐, 과학적으로는 맞을지 모른다.

 

 

 

 

 그런데 나에게는 따끔한 한 소리 하는 것 같았다.

 '왜 나를 가까이하지 않는 거니?'

 '응, ... 그...러..... 게....... '

 

 모든 악기가 그렇지만 연습이 중요함을 알고 있다.

악보를 잊어버리기 시작했고

손가락 굳은살이 사라져 물렁거리고,

섬세한 리듬보다는 모든 게 무뎌져

미안하다는 말을 앞세워보며

 

 '가야금아,

너의 낭랑한 소리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란다.

솔직히 좀 쉬고 싶기도 했어.

조바심 없이 내 마음을 따라가 보자 했구나!

양반다리가 점점 어려워지기도 했단다.

너를 안고 있다 보면,

다리가 저리고 뻣뻣해지는 느낌?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더욱 그랬어.

오(O) 다리가 되면 어쩌나 변명 또한 앞세웠구나!'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혹시 화가 난 거였니?

그래서 줄을 끊어버린 거야?'

심통이 나기도 했을 거야.

1년은 바라만봤으니 반성할게!

조만간 줄 잇고서 조율하는 것, 약속!

손가락 걸었다?'

 

 

 

 

 2020년  9월  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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