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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첫눈

평산 2020. 12. 15. 12:37

 

 

 첫눈이 온다고 해서 기대를 했었다.

새벽에 밖을 내다보니 흔적만 보이길래 겨우? 하고는

다시 한숨 자고 났더니 바닥은 시시했지만

나무 위에는 제법 눈이 쌓여있었다.

기온이 높으면 걱정이 되어 급하게 움직였을 텐데

여유롭게 집안일 다 하고 신문도 읽고서 뒷산에 올랐다.

봉긋봉긋 솜사탕이 가지 위에 걸려있었다.

 "아름답지요?"

 

 

  

 머리가 눈처럼 하얀 여인이 지나가며 

말을 건넸는데 이럴 때 일부러 산책 나온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있음을 발견한다.

눈이 없을 때 보이지 않던 덩굴도

정글에 온 양 아름다웠다.

 

 

 

 발자국을 보며 벌써 다녀간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가슴을 환하게 이끌어주던 첫눈은 

그간의 칙칙했음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보는 것만으로도...

직접 걸어봄은 더욱 신선함을 주었다. 

 

 

 

 산에 회양나무를 심은 모습이 어색하더니

눈 모자를 쓰고 늘어지자 침엽수림대에 온 듯

무엇 하나 소홀함 없이 마술을 부려놓은 것 같았다.

 

 

 

 

 

 소나무 숲에 올랐다.

나무 밑 흙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부분과

눈으로 덮임이 대조를 이루어 눈길이 갔다.

 

 

 

 솔잎을 가까이 보자며 다가가자 폰 화면이

순간 까맣게 변하여 당황스러웠다.

나올 때 에너지가 78%로 안심이었으나

벌써 다 된 것일까?

손이 시려 주머니에 넣었을 때 뚝 소리가 났다.

 

 

 

 꺼진 것이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잠시 멈춰 살려보고 

오르막길 풍경 하나 겨우 담고는 다시 희미해져서

위험하니 한 눈 팔지 말라는...

맨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뜻일 거라며

나머지 한 시간여를 차분하게 즐길 수 있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나가줘야 해!'

 

 

 

 

      2020. 12. 15.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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