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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팥 삶다가 찐빵까지

평산 2020. 12. 29. 12:52

 

 팥을 삶아본 기억이 희미했다.

동짓날 팥죽 쑤어본 적도 없어서 처음일 듯싶은데

1kg 조금 넘는 듯 했지만 얼마나 불어날지 모르고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물에 담가 두었었다.

무엇을 알고 그랬다기보다 의욕은 넘쳤으나

시도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팥이 끓어오르자 불을 약하게 하고 손으로 만져 보아

찬물을 세 번 끼얹으며 푹 삶았다. 찹쌀가루가

없어 달달하게 단팥죽이나 해먹을 예정이었다.

삶을 때 사포닌 때문에 맛이 텁텁하다며 첫물을 버리는

사람도 있던데 인삼에 들어있다는 사포닌이니 더욱

버리지 않고 껍질도 그대로 사용하였다.

 

 

 

 문제는 삶고 보니 양이 무지 많았다는 것이다.

모두 다 단팥죽을 할 수는 없어 일단 1/3 정도를 통팥으로

냉동고에 넣고 나머지를 으깨어 죽을 만들었는데

먹고도 팥이 남아서 결국 찐빵을 생각하게 되었다.

단맛은 설탕 대신 생강조청으로 하였다.

 

 

 

 밀가루 반죽은 쉽게 가보자 했다.

이스트나 기타 재료를 사지 않게끔 마트에 달려가

식빵 믹스를 사 와서 제빵기계에 부탁했는데

물의 양이 많았는지 질어서 밀가루를 조금씩

넣다 보니 376g이 500g으로 불어났다...ㅎㅎ 

반죽과 발효가 되는 동안 묽었던 팥소를 약불에 졸였다.

일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중간중간에 신문도 보고

할 것 다 하면서 찐빵 만들기를 즐겼다.

 

 

 

 이스트는 미지근한 물에서 번식이 잘 되므로 

제빵기계에서 반죽을 마친 후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약 10분 정도를 기다렸는데 숙성이 잘 되어 

탄력성이 좋았다. 작게 만들기보다는 쉽게 쉽게  

밀가루를 묻혀가며 왕찐빵으로 만들고 서로 붙을까

종이 호일을 선뜻 사용하였으며 보자기를 깔아

약 15분간 쪘다.

 

 

 

 두 번에 나누어 찐 후 커다란 채반에서 식혔다.

생각지도 않은 찐빵을 만들고 어찌나 뿌듯한지...ㅎㅎ

뜨끈할 때 호호 불며 두 개 먹었더니

배가 행복으로 부풀었다.

 

 

 

 생강 냄새가 은은하게 나며 팥소는 적당히 달달했지,

발효가 잘 되어 반죽은 졸깃거렸지,

생각보다 간편하게 만들어서 흐뭇했지!

냉동에 보관한 팥으로 다시 한번 해먹기를 꿈꾸며

새해에도 변함없이 즐겁게 살기를 희망한다. 

 

 

 

 

  2020년 12월  2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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