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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평산 2021. 1. 17. 14:03

 11월쯤 감 50개를 나눠주셨다.

작지만 보기보다 달콤하니 그냥 그대로

두었다가 익는 차례대로 먹으라 하셨다.

 

 

 

 소쿠리에 담을까 하다 마침 계란판이 있어 쏙쏙

넣어보며 나 예쁘다고 혹시 1개라도 더 주셨나

기대했더니 딱 50개여서 제대로 세셨다며 

(깻잎 200장도 맞게 주셨는데 이쯤이야...ㅎㅎ)

아버지의 정신건강에 흐뭇함이 일었던 반면

마음 한구석에선 약간 서운함이 일었다.

감 50개의 사랑을 주셨는데 개수가 딱 맞자

뒤끝이 없어 허전했던 것이다.

1개 더 주셨더라면 잘못 세셨다고 아버지

놀려드릴 겸 후다닥 전화드렸겠지!^^

 

 

 

 누런 호박이나 주홍빛 감은 먹는 것이라

행복하기도 하지만 빛깔 자체가 풍성함과

따스함을 주니 일부러 마루에 내놓았다.

내 눈에는 값비싼 도자기보다 근사한 풍경인 것이다.

 

 익었는지 하루에 한 번은 만져보았을 것이다.

귀퉁이가 물렁하기라도 하면 맛봤는데 떫어서 

언제 기다리나 싶더니 며칠 지나 무심코 건드렸다가 

이것도 물렁 저것도 물렁거려 두근두근해졌다.

차례대로 익어야 거시기 걱정을 하지 않고 

음미하며 먹을 텐데 한꺼번에

홍시감이 쏟아졌으니...^^

 

 

 

 이럴 때는 감이 작아 다행이었다.

5개쯤 먹으면 대봉감 하나였으니 말이다.

주홍의 따스한 빛을 봄이 올때까지 누리고 싶었는데

모든 것은 절정이 있는 것처럼 내리막길에

썩는 모습이 보여 부지런을 떨었다.

 

 쪼글거리며 늙어간다고 부끄럼 타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달달함에 부드러우며

고향을 옮겨놓은 듯 정겨웠다고 귀속말 전했다.

 

 

 

 

  2021년 1월 1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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