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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싼사람들

육회와 더불어...

평산 2022. 1. 2. 13:17

 

 살면서 육회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지만 만들 생각을 못 했는데 

연말에 부모님께 다녀와 이제 구정에나 가야겠구나

하던 중 남동생이 일이 있어 못 가니 함께 가지

않겠냐고 올케에게 연락이 왔다.

 "점심을 준비할 테니 같이 드세요!"

 "난 뭐 할 것 없어요?"

 "함께 가주시기...ㅎㅎ"

 

 도착하여 밥솥을 열어보니 적당량 있어서

지 않아도 되었고 만들어 온 육회와

배추, 깻잎, 버섯과 고기를 켜켜이 넣고 육수를

부어 나베(?)를 후루룩 끓여서 김장김치와 

상차림을 어렵지 않게 하였다.

 

 아버지께서는 쉬지 않으시고 가끔 국물을

떠드시며 연신 육회에 손이 가셔서 소화가

걱정될 지경이라 천천히 드시라 할 정도였는데

그간에 밥맛이 없어 은근히 걱정이셨다가

모처럼 육회가 잘 들어가 걱정이 없어지셨단다.^^

 

 엄마 또한 작은 접시에 따로 드렸더니 모조리 드시고

나도 회 종류를 잘 못 먹으나 배와 파를 얹어

몇 점 먹어보니 고소하면서도 스르르 녹았다.

 

 "술 한잔 마셔야겠구나!"

기분이 한껏 좋아지셔서 술 한잔하셨다.^^

한 근이 넘을까 한 육회는 80g이 남았을까?

아버지께서 400g 정도를 뚝딱하신 것이다.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관심을 두지 않다가 

설명을 들으니 불고기 양념과 비슷하였다.

 "그리 쉬운 것을 여태 안 해봤구나!"

혹시 비싼 고기가 잘못되어 비린내 날까 봐

오로지 사 먹어야 하는 것인 줄 알았지 뭔가!

 

 부모님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헤아려

준비해 온 올케에게 고마웠고 곧이어 돌아오는

생신날에는 각자 두 가지씩 음식을 해 와 

상차림을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살면서 명품 백이나 커다란 선물드린 적도 없지만

그때뿐이지 소용없는 듯하고 이렇게 음식 한 끼로

얼굴 보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해야겠다.

 

 

 

 

   2022년 1월 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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