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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극성이라 약속을 취소했더니
마음이 허전해서, 지금이라도 간다고 할까?
괜히 밀렸던 멸치 육수를 끓여놓고 옥수수 차에
인삼차까지 달이며 바쁘게 아침을 보냈다.
여태 잘 견뎌왔는데 참아야지!
여러 번 바꿔 타야 하니 부담이 있어 그랬는데
마루에서 부엌으로 왔다 갔다 하던 중 친구가
집으로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 여고를 졸업하며
헤어졌다가 졸업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간신히 다시 만난 친구다.
지난가을 이후 몇 개월 만이었다.
들기름, 천혜향, 귤과자 등 아들이 만들었다는
이것을 내밀며 얼른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고 건넸다.
언뜻 하얗게 발라 있는 모습으로는 느끼할 것 같아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순두부찌개를 곁들여 점심을 먹은 후 자주
다니는 산책길을 도란도란 걷고 와서는 성의를
봐서라도 맛을 봐야 할 것 같아서 그냥 맛보기는
솔직히 꺼려져 건조한 과자를 한 봉지 뜯었다.
한 술 뜨자 하얀 크림 밑으로 바나나가 보였다.
과자는 촉촉함에 불어 부드럽게 부서졌는데
건조한 과자에 얹어 오물오물해보니
바닐라 향이 산뜻하게 나면서 고소했으며
바나나와 생크림으로 부드러웠고
적당히 달며 입맛을 확 끌어당겼다.
창작해서 만든 요리인가?
(친구도 이름을 모르는 것 같았음)
궁금해서 찾아봤다가 어렵사리
'매그롤리아 바나나 푸딩'임을 알게 되었다.
매그롤리아란 목련, 목련꽃이라는데 크림이
목련색과 비슷하여 붙은 이름일까?
개발한 사람의 이름인가!
군 복무중인 아들이 과자를 만들어 오다니...ㅎㅎ
이담에 장가 가면 재밌게 살겠다는 수다에
된장찌개 등 토속음식을 좋아하는 나에게까지
이름이 생소한 푸딩이 전해져 맛보았지 뭔가!
허전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하다 기동력 있는
친구가 건너와 이내 풍성한 날이 되었다.
2022년 3월 2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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