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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평산 2022. 11. 29. 13:57

 단풍이 한창일 때 비가 두 차례 왔었다.

먼지를 재울 만큼이었는데 바람이 함께 하자 

잎들이 쏟아져 나름 장관이었다.

 

 

  단풍나무는 기운 떨어지지 않고 한참이어서

비가 왔어도 단지 세수를 한 모습이라 선명하여 

늦가을을 장식할 만했다. 큰 가지를 넣었더니 

빨간 단풍이 더욱 멋스럽다.

 

 

 

 

 자세히 보면 색이 참 다양하였다.

맨손으로 다니다 놓치고 싶지 않으면 가방에

귤 하나와 핸드폰을 챙겨서 올라본다.

여러 날 흐림이라 햇빛이 아쉽기는 했다.^^

 

 

 올가을에는 세 번을 들고나갔는데...

한 번은 운동장을 담았으니 단풍을 담기는 

두 번으로 서로 시차가 있어서 많은 잎들이

보이기도 한다.

  

 

 언제나 씩씩한 플라타너스!

향기롭지 않다에 걸려 넘어진 은행나무와 더불어

잎이 크게 굴러다닌다며 도로 청소 어려움으로

환영받지 못한다는데 태능이나 창경궁 앞

아름드리 넉넉한 가로수를 보았는가!

묵묵한 역사와 세월을 품고 기품 있게 서있다.

 

 

 발바닥 모양의 붉은 잎 참나무도 시선을 끈다.

눈을 감고 햇볕을 바라보고 섰을 때 나타나는

주황인 듯 붉은색 전등과 닮았다.

 

 

 잎이 왜소하지만 나의 어릴 적을 닮은

약한 듯 깡(?)이 있는 싸리나무도 올망졸망 예쁘다.

 

 

 신라 왕관에서 흔들리는 금방울처럼

섬세한 싸리나무 길을 지나고...

 

 

 혼자서 가기 어려웠던 깊고 좁다란 길도

이제는 얼마든지 친숙한 동무다. 

 

 

  아주 가끔은 저 자리에 누워 나뭇잎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 보고 봄부터 행복하게 이어왔는지

내 삶에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은지 생각해본다. 

 

 

 올가을 나에게 가장 감명 주었던 장면은...

은행나무가 궁금하여 갔다가 마주친 어마어마하게 

떨어진 나뭇잎 들판이었다. 그 넓은 바닥을

비바람으로 하루아침에 가득 매워 마치 특별하게 

초대받은 사람처럼 귀한 풍경을 마주했음이다.

아~ 세상에나~~~ 감탄이 계속 나왔다.

 

 

 그냥 돌아갈 수 없어 내려가다 미련에 다시 올라

오며 만난 열매는 무엇일까 하다 쥐똥나무인 걸 알았다.

고운 향기 끝에 남긴 씨앗으로 보통은 가지치기를

해서 늘어지지 않고 열매가 잘 보이지 않던데 

자연스럽게 두니 열매가 실하였다. 낙엽 밭을 다시 한번

누리고도 아쉬워 다음날 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 눌려져서 신비로움은 사라져 있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것이다.'

 

 

 파란 싹들이 들러리를 서주어 중국단풍나무잎

주홍빛이 돋보였다. 뱀 나온다고 주의하란

곳인데 뱜은 아름다운 가을을 모르겠는가!

 

 

 

 평소에 존재감이 없다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의

몸부림에 잠깐 하늘이 열려 노랑으로 유혹한 

참나무였다. 잎이 자잘하고 작은 도토리가 마당에

흩어지더니 바로 너였구나! 가을빛에 물이

한참 오른 걸 보니 사랑할 때가 되었네...ㅎㅎ

눈치 보지 말고 네 마음대로 하려무나!

 

 

 

 

  2022년 11월  2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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