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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3마리가 우리 집에 전해졌다.
작은 올케의 여동생(사돈처자)이 보낸 것이다.
얼굴도 못 본 사이인데 이를 어쩌나!
다듬으려니 비늘은 이미 제거되어서 칼집만 넣었다.
올케네는 딸이 네 명으로...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우애(友愛)가 좋다.
사돈어른께서 남기고 가신 500여 평의 밭에 주말이면
부부끼리 모여서 봄부터 가을까지 함께 농사를 짓고
농막에서 하룻밤 모닥불 피우는 낭만에 자는 날도 있으며
먹고 싶은 음식들 그날그날 준비하여 사부인을
모시고 빙 둘러서 만들어 먹는단다.
우리 집 올케는 그중 둘째 딸이고,
자매들은 애경사(哀慶事)가 있으면 네 집 내 집
할 것 없이 어울린다는데 가끔 사돈처자인
넷째 따님이 우리 친정집과 가까이 산다고
다녀가 놀라움과 반성, 감동이 일어나곤 한다.
얼마 전에는 현관 들어오기 10분 전쯤에서
문 좀 열어달라더니 친정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육회 재료를 준비해 와 즉석에서 무침을 하고,
꽃게탕을 끓여 새파란 미나리를 마지막으로 얹고는
두 분 건강하시라고 꼭 안아드리고 다녀갔단다.
온다고 미리 연락드리면 오지 말라 하실까 봐 나름
머리를 쓴 모습으로 천사가 따로 없단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 그럴 수 있지만
천성이 善하지 않으면 있기 어려운 일이다.
언니의 시댁에 다녀가는 것이 쉬운 일이던가!
급기야는 사돈처자의 손질된 조기가 우리 집까지
전해졌으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한담?
'일단 맛있게 구워 먹어야겠다.'^^
2023년 2월 2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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