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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평산 2022. 12. 29. 11:04

 어릴 적 집에 감나무가 세 그루 있었다.

장독대옆, 아래채 부엌 앞, 그리고 뒤깐 옆!

대봉감은 아니었지만 모양이 동글지 않고 약간

네모 난 감이었는데 가을이면 넓은 인삼채반에

켜켜이 올려 뒤꼍으로 가는 모퉁이 창고에 보관했었다.

 

 나무판자를 위에서 하나씩 틈으로 내려야

닫아지는 창고의 문은 지금 생각하면 불편했을 텐데

겉에서 보기에는 판자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보이므로 나름 멋스러웠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홍시감이 되었을까!

어느 날 판자들을 들어 올려 꺼낼 즈음엔 키에

맞게 높낮이가 되어야 비로소 감들이 보였고 이미

뭉그러져 흘러내리는 것, 여전히 딱딱한 것, 알맞게 익은

감이 있어서 골라골라 그릇에 가득 담아 내왔었다.

간식이 없던 시절이지만 형제들은 물크덩한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반면 어른들은 홍시감을 좋아하시는 모습이셨다.

아버지께서 드시는 모습은 아주 이따금 봤어도

엄마와 동네 할머니들이 아직은 추운 겨울에 인삼에

관련된 자재들을 햇볕이 있는 마당에서 짚을 깔고

조르륵 앉아 손으로 연신 엮으시며 새참으로 달콤함

맛보시고 지푸라기에 쓱쓱 문지르셨던 모습이 지난다.

나무가 세 구루였으니 풍부하였다.

 

 

 그런 모습을 해마다 보고 자라서인가 

나이 들어가며 가을에 수확하는 과일 중

소쿠리에 담아 장식하는 유일한 과일이 붉은 감이며

늙은 호박과 더불어 질리지 않는 정겨움을 맛보는데

겨울동안 마루가 따뜻해 보이는 난로 효과도 무시할 수

없어 달콤함과 함께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물렁거리지 않고 물을 주거나 손길이

가지 않아도 혼자 서서히 익어가 참 예쁘다.

소쿠리가 헐렁해지면 다시 채워놓기를 올해만 네 번째!

주홍빛이나 붉은색 채소, 과일은 눈을 좋게 한다니..

맑고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구나!

설날 때까지 꾸준히 먹게 생겨서

이 또한 행복이지 싶다.

 

 

 

   2022년 12월 2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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