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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미나리 부침개

평산 2023. 7. 10. 13:23

 미나리단이 튼실하며 싱그러워 가격은 어떨까 살피니

1980원으로 너무 싸서 직원에게 다시 확인하였다.

살 생각 없이 갔어도 사고 싶을 정도로 자태를 뽐냈고

나뿐 아니라 다른 주부들도 기웃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드시려고요?"

 "새콤달콤하게 무침하려고요."

 

 봄이 아닌 여름에 이르러 질기지 않을까?

속으로 염려되었지만 노랑잎 하나 없이 파릇파릇

쭉 뻗은 미나리에 홀랑 반하여 미리 입맛 다시며

행복한 마음으로 안고 왔다.

 

 집에 와서 연한가 밑 부분의 줄기를 당겨보니

노끈처럼 질겨서 그럼, 그렇지!

잘 생겼어도 이유가 있었던 거야.

 

 실망이 되어 한 줄기씩 손으로 만져보며 

먹을 수 있겠다 싶은 정도만 남기고 잎도 대부분

떼어서 질기지 않게 살짝 삶아 쫑쫑 썰어보았다.

달콤 새콤 무침을 하면 식초 때문에 남았을 경우 색이

누렇게 변하니 종지에 따로 담고 찍어 맛을 봤는데

여전히 질겨서 은근히 약이 올랐다.

 

 이것도 경험이지만 단이 커 음식물 쓰레기도

상당히 나오고 조금 남은 것조차 질기다니,

파는 사람도 그렇지만 철도 아닌데 사 온 사람이 

잘못이라며 달리 먹을 방법을 찾아보다가...

 

 비가 오니 부침개를 생각하게 되었다.

요번에도 질기면 버릴 수밖에 없어서 호박과 양파를 

일부러 넣고 미나리를 더 잘게 썰어 내 너를

기꺼이 먹어주리라, 맛을 봤더니?

 

 중간중간에 자리한 호박 양파 때문에 부드러우며

미나리 식감이 더해져 씹을 때마다 은근한 향기에

무엇보다 다듬은 식재료를 버리지 않아 미안하지 않았고

우연히 비 오는 날 고소한 기름냄새 풍겨보았다.

어릴 적 누구네 엄마는 비 올 때마다 부침개 끝내놓고

우산 들고서 마중 나와 얼마나 부러웠던지,

질긴 미나리여서 덥고 습한 날 부침개에 

땀 흘리며 맛있었구나!^^

 

 

 

  2023년  7월  1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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