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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양평에 가려다 기차를 잘못 타 강촌에 도착하여

구곡폭포 가는 길에 은행나무가 많았던 기억과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이 시원찮아서 미련이 남았기에 

비 온 끝이라 다시 가보게 되었다. 처음에 갈 때는 

역에서 내려 폭포 입구까지 무척 멀다고 생각되었으나

두 번째는 확실히 가깝게 느껴졌다.

 

 역에서 100m를 벗어났을까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남자 두 분이서 말을 걸어왔다. 기차에서

내리는 것을 봤다며 들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나?

걸음이 빠른 분들이었는데 우리와 멀어지는 것 같으면

별 거 보이지 않아도 무엇을 유심히 관찰하는 듯 기다려줘서

폭포 입구까지 꽃이야기 들으며 비교적 쉽게 닿았다.

 

 입장료를 내는데 그분들은 무료혜택을 받기 위한

확인절차를 밟아 얼굴에서도 나타났지만 연장자였다. 

 

 

 애기나팔꽃 이름을 알게 되었고

은행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으며 어쩌다 바람에 

떨어져 있는 은행은 탁구공만 했는데 농익질 않아 

알맹이 수확하기는 어려울 듯하였다.

 

 

 '어디서 왔느냐, 무슨 사이냐

우리는 학교 동창이다. 항상 걸어서 다닌다.

국내를 다 돌아보기 전에 해외에 가지 않겠다.'

끈적끈적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지난번 물소리길에서도 

그렇더니 왜 자꾸 남자들이 말을 거는 것일까!

 

 폭포가 가까워지는지 계곡 물소리가 경쾌해지고,

역에서 30분 정도 걸려 폭포에 도착하였다.

(처음 올 때는 쉬면서 1시간 걸렸음)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이리라!

국내에서 본 폭포 중에서 가장 긴 폭포로 여겨지며

지난번보다 수량이 풍부해 날을 잘 골랐다 싶었다.

 

 오늘 일정은 폭포까지였지만 두 번째 오니까

아는 길이라 엄청 가까워져 걷기 운동이 아쉬웠으므로 

문배마을까지 가게 되었는데 행여 그분들이 

오해했을 수도 있으려나?... ㅎㅎ

 

 

 문배마을로 가는 고개가 가팔러서 어려웠던 기억에 

돌아올 때는 극구 다른 길을 선택했었는데 이 또한

두 번째 가는 거라 훨씬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어르신들이 손안에 쥐고 운동하시던 딱딱하고 골진 호두가

땅에 떨어져 있어 처음 구경하였고 푸릇하고 실한 잣송이들이

이따금 보였는데 까기가 어려워 나는 무심코 지나쳤다.

체험학습이 있었나 갑자기 학생들이 줄지어 내려와

한산했던 숲길이 잠시 북적거렸다.

 

 

 문배마을로 내려가는 고갯마루에 섰다.

무리하지 않고 마을까지 내려가는데 1시간쯤 걸렸으며 

짐을 가득 실은 배 모양과 마을의 형태가 닮았다고

문배마을이라는데,

 

 

 배나무가 많아 문배마을로 여길수도 있겠더란다.

작은 돌배로 수확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옛 화전민들의 마을은

집집마다 종류가 다른 음식점을 하는 모양이었다.

점심을 같이 먹길 바랐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우리는 도시락을 싸왔으니 드시고 오시라며...

 

 

 호숫가에 앉아 천천히 음미하며 먹고는 호수를 

한 바퀴 돌며 떨어진 도토리에 이른 가을을 즐겼다.

기다린다 했으니 기다렸을 뿐 오던 길로 가는 것이면

아는 길이고 무섭지도 않아 그냥 떠나고도 싶었다.

 

 

 봄에 왔을 때 산을 넘고 넘어 폭포 주차장으로

향했던 길을 발견하고 여인 셋이서 참 용감했다는 생각과

마을 사람들이 이런 산속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험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의문이더니,

우리가 넘었던 산길 이외에 마을 옆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林道)가 있단다.

 '그럼, 그렇지!'

 

 

 기다렸다가 강촌역으로 돌아가며 발견한

깊은 산속의 투구꽃이다. 그들 때문에 보게 된

꽃이어서 함께한 보람은 분명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오던 중 이틀 후에는 인천에 있는

무의도에 간다며 공항터미널 몇 번 출구로 오라고 친절하게

안내하시던데 사실 이틀 만에 연이어 어디 갈 정도로

여행에 갈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을 쉬어주면서

한가위 맞이할 집안일도 해야 하니 염두에는 없었다.^^

 

 강촌역에서 구곡폭포까지는 약 30분이 걸렸고,

구곡폭포에서 문배마을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려서

여유 있게 왕복 3시간은 걸은 셈으로 두 번 갔다 왔더니

길이 훤하게 익혀져 언제 와도 거침없을 듯하다.

 

 

 

 

  2023년  9월  2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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