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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자면 깨우지 않고 조용히 있으려 했는데

언제 다시 오려나, 시간이 아깝다며 나가잖다.

숙소에서는 뿌옇게 안개만 보일 뿐 해돋이가 없을 줄

알았지만 세수하고 밖으로 나오니 요만큼

올라와 있었다. 창문이 약간 북쪽으로 틀어져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낮에는 글씨마다 색이 달라 화려했는데 

아침 햇살에 비친 모습이 운치 있었다.

 '어서 가보자! 

 

 

 여러 날 이곳에서 놀아도 지루하지 않았다.

얼마나 더우려고 안개가 자욱한 것인가!

시원한 아침 바람맞고서...

 

 

 빵과 커피까지 나오는 양식을 선택하였다.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원샷 때리는 여자라 식사를 

마치고 나왔으면 좋았을 것을 미리 나와 실망이었지만

소시지와 햄을 나눠먹으며 깨끗이 비운 후 

가방을 챙겨 8시 30분 정도에 숙소를 나왔다.

쉬고 싶어 했으면서 서두르는 건 항상 낭군이었다.

아쉬움이 남아 그럴 것이라 곱게 따랐다.

 

 

 해변에서 잠시 머물다 묵호등대로 향했다.

이곳은 지대가 높은 곳이어서 도로가 없을 줄 알았으나

택시로 단숨에 올라 수고로움을 덜고서 계획에 없던

오늘의 여행 일정이 알차게 시작된 곳이다.

 

 

 등대에서 내려다본 찻집이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에 햇살 가득하고 크기가 적당하다나?

이런 집에서 살게 되면 어떨까 이야기를 하길래,

언제든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한다고 했다... ㅎㅎ

많은 살림이 필요 없겠고 단순하게 꾸려서

훨훨 날아다니며 살아도 좋지 않을까!

 

 

 등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스카이벨리를 

오르는 것은 보이는 배경이 다르지 않을 것이어서

눈으로나 구경을 한 후 방향을 항구 쪽으로 돌려...

 

 

 마을을 내려가 길게 뻗은 방파제를 돌아보고

여차하면 집으로 돌아오는(오후 2시에 예약됨) 기차를

탈 겸 묵호역까지 걸어 찾아가 보자고 했는데 오면서 기차 안 

에어컨이 추웠던 생각에 든든한 바지를 입었더니

푹푹 쪄서 괴롭기는 했다.^^

 

 

 논골담길을 내려가며 이런 집을 구경하였다.

손으로 만든 작품들로 팔기도 하는 공방 같았는데 

섬세한 솜씨에 정성이 보여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고장마다 있는 흔한 벽화보다 보기 좋았다.

 

 

 논골담길이란 어선이 항구에 도착하여 어부들이 

오징어나 명태를 지고 집까지 오를 때에 물이 줄줄

새어 그리 불렀다고 한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짐 지고 어찌 걸어갔을까! 점점 항구가 가까워지고

 

 

 방파제도 편안하게 내려다보였다.

중앙의 숲은 수변공원!

 

 

 

 중간쯤 내려오자 '바람의 언덕'이 나타났다.

국제화 도시가 되려고 영어를 즐겨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미 茶를 마시고 왔기에 주위를 한 바퀴 돌고서...

 

 

 구불구불한 마을길을 천천히 내려와

수변공원을 지나고 방파제를 둘러보고는 

 

 

 묵호항에 닿았다.

 

 

 외국선원들이 그물정리하는 모습을 뒤로한 채

'묵호여객터미널'이 보여 들어갔더니 이른 아침

울릉도 가는 배가 출발한 후라 한산하였다.

더위를 식힐 겸 쉬었다가 물어물어 묵호역을 찾아서 

가는데 굴다리를 지나자 바로 나와서 얼마나 반갑던지,

등대에서 출발한 후 놀멍쉬멍 3시간쯤 지나서였을 것이다.

 

 더운데 걸어 고생스럽긴 했지만,

모처럼 함께하여 즐거웠으며 묵호의 일부분이나마

자세하게 들여다본 배낭여행으로 가슴 뿌듯하였다.

점심을 먹고 한 시간이 남아...

 

 

 눈을 돌리니 연필뮤지엄이 보이길래 경사진 곳을

다시 올랐으나 휴일이라 들어가진 못하고 대신

도서관 옆 공원 평상에서 잠시 쉬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자그마한 변화에 즐거운 날들이다.

자동차나 철도에 관한 관심이 생기고...

당장 편안한 트레킹화를 마련했으며

표정이 밝아지고 여러모로 적극적이 되었다.

이만하면 15년 만의 여행이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자극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겠는 걸?

 "날마다 행복해지자, 평산!"

 

 

 

 2023년 9월 1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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