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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밤 줍기

평산 2023. 10. 1. 07:40

 가을이면 저절로 밤 수확이 그리워진다.

친구가 그곳에 없으면 밤이 아무리 많아도 

와질 까만은 먼저 소식을 전해 오겠냐는 연락을 받고

기분이 좋아 급하게 날을 정하게 되었다.

 

 밤을 수확해서 캐리어에 넣어 오자는 말에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라 솔깃해지며

 '무거운데 무사히 들고 올 수 있을까?' 고장이 나도

된다는 중간 크기의 가방을 얻어 길을 나섰다.

 

 

 

 *** 이쯤에서 잠깐!!!

 밤 주을 때 필요한 도구가 뭐냐고 물으시니 올려본다.

장화가 제일 좋지만 없으면 등산화도 좋겠고 보여드린

장갑 두 가지면(자세히 보면 두 가지가 다르다) 집게

필요 없이 밤송이를 맨손으로 까도 아프지 않다. 노란 빛의

코팅된 장갑을 나중에 껴서 두 겹으로 착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담을 시장바구니나 두툼한 비닐이 있으면 된다.

 

 몇 년 동안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 다니다 

요번에는 집 앞에서 버스를 타자니 별일 있을까 싶었지만

출근시간을 갖갖으로 피했어도 차가 두 곳에서나 꽉

막혀 10분쯤 남기고 정류장에 도착해 캐리어를

들고 마구 뛰어서 겨우 탈 수 있어 다행이었다.

밤을 줍기도 전에 진땀을 뺀 것이다.

 

 또한 출발시간이 급하지 않았는데 무엇이 허전해

가방을 살펴보니 점심인 찰밥을 놓고 온 것이 아닌가!

미지근해서 잠시 식히려고 열어두다 그냥 온 것으로

마침 장날인 정산에서 덕분에 갈비탕을 먹고 들어갔었다.

밤 수확하다가 밥 먹겠다고 다시 나오기 어려워 점심을

간단히 준비했었으나 먹고 들어가는 것도

든든하니 좋은 방법이었다.

 

 

 언제나 정겨운 친구네 집이다.

소나무와 삼색버드나무, 그리고 여우꼬리 뭐였더라?

백일홍 종류의 꽃들도 건강하게 잘 있었다... ㅎㅎ

앞에 보이는 길 건너가 밤 밭이라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밤은 두 시간 정도 움직여 수확하였다. 

차례대로 익어야 떨어지는 것이어서 아직 달려있는 

송이들은 많았으나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구석의 밤송이들은 벌써 까맣게 변한 것들이 있었고 

이미 수확들을 해가서 빈 송이가 많았지만 달콤한 손맛은

여전히 즐길 수 있었다. 중간에 물과 시원한 배는 물론

끝나고도 이것저것 챙겨준 친구가 참으로 고마웠다.

 

 

 그뿐인가!

고구마줄거리와 싱싱한 가지를 따줘서...

맛있다는 고구마줄거리 김치를 처음 담가보았지 뭔가!

소금물에 담갔다 껍질을 까면 잘 까진다니 그리해 봤는데

삶았어도 아삭하며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캐리어에 담았던 밤은 고속버스 짐칸에 실어

(남편분이 공주까지 태워다 주심) 생각보다는 쉽게,

고장 나지 않고 집까지 옮겨져 앞으로도 사용하게 될까

예쁘게 씻어 말리고 있으며 봄가을로 아름다운 정서를 

이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여고시절 친구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2023년  10월  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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