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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뜨게 되었다.
뭘 하는지 미리미리가 안된다.^^
앉아 있으면 10개도 금방 완성하는데
어쩌다 책 읽어야지, 마트에 다녀와야지,
다녀오면 반찬 해야지, 햇볕 쬐며 산책해야지,
골든 걸스와 싱어게인 노래 들어야지, 신문 봐야지,
일기 써야지, 빨래해야지, 가끔 친구 만나야지,
꽃 하고 놀아야지, 부모님 만나 뵈야지,
피곤할 때 낮잠도 자 둬야지...ㅎㅎ
그런데 앉아서 뜨기 시작하니 다른 일들이
저절로 물러나 명상하는 듯 편안하였다.
이왕이면 순간이나마 밝아지려고 노랑 분홍으로 했다가
요번에는 갈색과 하늘색이 있어서 조화가 맞을까?
'수세미인데 잘 닦기면 그만이지 안 그래?'
배색은 일부러 한 것이 아니고 실이 떨어져서인데
하나의 색으로 뜨는 것보다야 심심치 않았고
가을 겨울색에 어울린다 싶었다.
연말이라고 작은 선물이 전해지기도 해서
약속 있으면 잘해서가 아니라 수세미를 몇 번 들고 갔더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꿔서 쓰고 있다는 소식에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건강상이라도 종종 바꿔야지
마음먹었어도 며칠 흘러갈 때가 있지 않나!
요번 뜬 것은 친정 갈 때 갖고 가야겠다.
아버지께서 살림을 하시니 수세미가 바짝 닳아야지만
바꾸는 것으로 알고 계셔서 지난번에도 살짝 갈았더니
수세미가 바뀌었다며 금방 알아보셨다.
'이런 것은 딸내미가 바꿔드려야지!'
어려운 것도 아니니...ㅎㅎ
한 올 한 올 엮어진 동그라미의 작은 수세미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스한 역할을 하기에
미리미리가 되지 않으면 임박해서라도
수세미는 사지 않고 이어갈 셈이다.
2023년 12월 2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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