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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이따금 수세미 좋아

평산 2023. 12. 23. 11:42

 수세미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뜨게 되었다.

뭘 하는지 미리미리가 안된다.^^

 

 

 앉아 있으면 10개도 금방 완성하는데

어쩌다 책 읽어야지, 마트에 다녀와야지,

다녀오면 반찬 해야지, 햇볕 쬐며 산책해야지,

골든 걸스와 싱어게인 노래 들어야지, 신문 봐야지, 

일기 써야지, 빨래해야지, 가끔 친구 만나야지,

꽃 하고 놀아야지, 부모님 만나 뵈야지,

피곤할 때 낮잠도 자 둬야지...ㅎㅎ

 

 그런데 앉아서 뜨기 시작하니 다른 일들이 

저절로 물러나 명상하는 듯 편안하였다.

이왕이면 순간이나마 밝아지려고 노랑 분홍으로 했다가 

요번에는 갈색과 하늘색이 있어서 조화가 맞을까?

 '수세미인데 잘 닦기면 그만이지 안 그래?'

배색은 일부러 한 것이 아니고 실이 떨어져서인데

하나의 색으로 뜨는 것보다야 심심치 않았고

가을 겨울색에 어울린다 싶었다.

 

 연말이라고 작은 선물이 전해지기도 해서 

약속 있으면 잘해서가 아니라 수세미를 몇 번 들고 갔더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꿔서 쓰고 있다는 소식에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건강상이라도 종종 바꿔야지

마음먹었어도 며칠 흘러갈 때가 있지 않나!

 

 요번 뜬 것은 친정 갈 때 갖고 가야겠다.

아버지께서 살림을 하시니 수세미가 바짝 닳아야지만 

바꾸는 것으로 알고 계셔서 지난번에도 살짝 갈았더니

수세미가 바뀌었다며 금방 알아보셨다.

 '이런 것은 딸내미가 바꿔드려야지!'

어려운 것도 아니니...ㅎㅎ

 

 한 올 한 올 엮어진 동그라미의 작은 수세미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스한 역할을 하기에

미리미리가 되지 않으면 임박해서라도

수세미는 사지 않고 이어갈 셈이다.

 

 

 

 

  2023년 12월  2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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