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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눈이 겁나게 왔다.

평산 2024. 1. 1. 12:46

 

 아침에 눈이 오기 시작해 함박눈으로 변해서 

멋진 설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마음이 들떴다.

미끄러질 걱정 없이 지팡이 하나 들고 나섰다.

 

 

 집 앞은 윙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눈 치우고 있었고

거리에는 염화칼슘으로 질척되기 시작했지만

산에 오르니 먼저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가지 않으면,

신발이 눈 속에 푹푹 잠길 정도로 풍성하였다.

42년 만이라 하였나?

 

 

  '이런 풍경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해서 저절로 나온 말이다.

히말라야 설악산 몽블랑이 부럽지 않았다.

 

 

 우산 대신 모자 달린 옷을 입었다.

넓은 길로나 향하여 무리 없이 집으로 향하려다

평소에 산책하는 그대로 한 바퀴 돌아보자 했다.

새 신발도 아닌데 뽀드득 소리가 싱그러웠다.

신났다...♬

 

 

 연인들이 제법 있다가 샛길로 접어드니

눈은 계속 내리는데 고요하였다.

온통 하얀 세상이라 회색빛 검은빛 마음일랑 

깨끗하게 지우고 싶었다.

 

 

 두 사람은 우산 쓰고 아랫길로 내려가고...

 

 

 난 천천히 윗길로 올라 30분쯤 지나서...

 

 

 운동장에 닿았는데 함박눈 덩이가 점점 커져서  

옷에 묻었던 눈이 털어지다가 장갑과 모자 신발이

젖기 시작하여 이래서 방수가 필요하구나 싶었다.

한편, 건너편 북한산은 어디로 갔지?

 

 

 와아~~~

평소에는 무심코 내려갔던 곳인데 이렇게 멋지다니!

눈 많이 왔다고 어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누비며

즐거웠어서 스스로 생각해도 씩씩하였다.

 

 

 잣나무의 꼿꼿한 기상에 놀라고...

앉아서 하는 운동은 못했지만 양쪽팔로 줄

잡아당기기 30번을 넘게 한 후 허리 좀 돌리고

 

 

 

 봄이면 개나리가 가득한 좁은 길로 들어섰다.

지루하지 않으면서 둘이 나란히 지날 수는 없어

홀로 걸어도 심심치 않은 산중턱 길인데

 

 

 외나무다리가 눈에 덮여서 허름하고

부서진 다리로 보여 웃음이 나왔다...ㅎㅎ

평소에도 저런 모습인 줄 건너본 사람은 알지!

 

 

 루비와 닮은 팥배나무를 보자... 

어느 날 친정집 현관 앞 청소를 끝내고 언뜻 바라본 

손가락에 언제 빠져나갔는지 알맹이 없는 시커먼 

결혼반지가 생각났다. 반지는 고작 일 년에 두 번 정도나

끼는데 아무리 찾아도 작은 자줏빛 알맹이를 찾지 못해

동네에서 알만 새로 넣었는데 팥배나무 열매보다도

예쁘지 않았었지!^^

 

 

 한 바퀴 돌았을 즈음 장갑이 거의 젖었고

신발이 불안했으며 옷도 물이 떨어질 지경이어서

다음에는 비옷을 입어 봄이 어떨까 싶었다.

밑은 낭떠러지라 중심을 잡으며 걸었다, 

 

 

 마지막 외나무다리 건너 경사진 윗길로 오르면

널찍한 마당을 만나 내려가는 일만 남는다.

평소보다 15분 정도의 차이로 많이 걸리진 않았다.

눈이 녹아 다시 얼면 모르지만 이제 막 내린 눈은

그다지 미끄럽지 않은 것이다. 神의 선물인 양

마음껏 즐기며 행복하였다.

 

 

 어제와 하루 차이로 새해가 밝았다.

새삼스럽게 마음먹은 것은 없고 늘 해왔던 것처럼

눈이 오면 눈을 즐기고 규칙적인 생활에 건강 챙기면서

예쁘게 열심히 착하게 살아가려고 해야겠다.

 

 

 

 2023년  1월 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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