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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부추와 참돔

평산 2024. 4. 28. 14:30

 섬을 한 바퀴 돌아오니 식당 툇마루에 부추가 놓여있었다.

한 단에 5000원으로 단이 두툼하긴 했어도 언뜻...

 '이런 섬에도 물가가 비싸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나 봐!'

 

 어떻게 들고 가냐며 무심코 지나쳤는데

무려 세 단을 들고 다니는 친구를 보았다.

아는 언니가 하화도에 가면 부추를 꼭 사 오라 했단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그런 부탁을? '

부추김치로 재미를 본 적이 없어 시큰둥하던 참에 

되돌아가서 부추를 다시 보게 되었다.

 

 겨울을 지나 첫 번째로 올라오는 부추는 보약이란

소리를 들었는지라 몇 번째 베는 부추냐 여쭈니,

"두 번째 수확한 것인데 이것도 맛있어요!" 

달팽이 한 마리가 부추 위를 거닐고 있어 손으로

가리키자 약을 치지 않아 그렇다 하신다.

 

 여행을 오기 전 겁도 없이 카드만 들고 왔었다.

전날 저녁에 떠올랐지만 현금 찾으러 가기가 애매하여

뭐, 별일이야 있겠냐 싶어 그냥 왔는데...

 

 주부의 생각이 어딜 가겠나!

하화도에 다시 오기 힘들다는 생각이 미치자 

부추를 사가자는 생각으로 급하게 바뀌었다.

만 원을 빌려서 두 단을 샀다.

김치가 아니면 전이라도 부치자며... ^^

 

 밤 11시에 도착하여 배도 탔었지, 

버스 위에서 덜덜덜 적어도 10시간이 지나서

내일이면 시들어 질겨질지 몰라 씻어놓고 잤더니

아침에 소쿠리를 열자 부우~ 하게 일어나 

산처럼 높아져 깜짝 놀랐다.

 

 눈이 감기며 쉬고 싶었지만 어쩌랴!

싱싱함을 유지하려면 김치 담고 쉬자며 빠뜨린

양념이 없나 머릿속으로 점검하고는 하루가 지나

바로 냉장고에 넣었다. 익은 김치를 좋아하지만

부추김치가 익으면 색이 검어지고 실처럼 가늘어져 

볼품없어 그랬던 것인데, 아하~~~

 

 부추가 연하여 부드럽게 씹히고

싱그런 향이 나며 배어 나오는 즙이

풍성하여 먼 길 건너온 보람이 느껴졌다.

 

 노래방에서나 금일봉으로 협찬한 친구가 있었고

딸이 詩集을 냈다며 전해준 친구도 고마웠지만

하화도 항구 앞 좌판에 있던 참돔을 모조리 사서 

친구들에게 한 마리씩 나눠준 친구가 있었다.

 '이 어찌 고맙지 아니하리오!'

 

 아이스박스에 실려 도착하니 물이 뚝뚝!

비닐에 넣어 집까지 무사히 대령하였다.

여학생들에게는 좀 더 큰 것으로 주라고...ㅎㅎ

 

 신속하게 해 먹는 것이 좋으므로 묵은지 깔고 

칼집을 넣어 양념을 최소화해 위에 얹었다.

참돔이 나 멋있냐고 눈을 뜨고 바라봤다.

 '그래, 서울까지 오느냐 고생했어.'

 '친구의 정성도 있으니 맛있게 먹어주마!'

 

 두툼하고 몸집 있는 참돔이라 한 끼에 다 못 먹고

앞부분만 먹었다가 다음날 뒤집어서 배의 엷은

살이나 아가미 윗부분까지 살뜰하게 먹었다.

우리 나이에는 단백질을 먹어주라는데 

배 둘레는 비껴가고 몸보신으로 필요한 곳에

자리 잡았을 거라 믿고 싶다.^^

 

 

 

  2024년  4월  2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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