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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여름휴가 정동진!

평산 2024. 9. 28. 23:01

 아침 7시 20분 기차를 타야 했기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5시 30분에 일어나자고 해서 곤하게 한숨 자고 

눈을 떴더니 딱 5시 30분이라 옹골지게 잔 날이다.

남편과의 휴가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라 할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이던 중 동해안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우산과 우비를 챙겼다. 청량리역이다.

 

 일터에서는 오랜만에 휴가를 간다고 여직원들이...

샴푸와 이것저것 챙겨줘서 고맙고 귀여웠다.

휴가라 하지만 겨우 하루를 얻어 쉬는 날에 이어 다녀오게 

된 것으로 예전에 비하면 이것도 감사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1년에 쉬는 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시내버스와 지하철만 많이 타봤지, 기차 타고 멀리

간 본 적은 거의 없어서 차비가 이렇게 비쌀 줄이야!^^

청량리역에서 정동진까지 2시간이 못 걸려 도착했으니

비싸다고 하면 경제에 밝지 못한 것인가!

기차는 이미 와 있었다. 이음 기차 타고 출발!

 

  서울날씨는 화창했으나...

 

 태백 가까이 지나며 날이 흐려지더니...

 

 정동진에 도착하니까 비가 와서 우산을 펼쳤다.

그런데 파도가? 아휴~~~

무섭게 휘몰아쳐서 바라보기가 겁이 났다. 

 '이런 바다를 보게 되다니 웬일이야?'

공포스러우면서도 신비스러워 한편으로는

행운이라 여겨졌다.

 

  "아침을 먼저 먹어야 할까?"

주위를 둘러보다 생각지도 못한 산책로를 발견하여 

성난 바다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올라가 보자 했다.

낮은 산이었지만 경사가 심했으며...

 

 중간쯤 올랐을 때 마을에서 방송이 나왔다.

너울성파도가 심하니 바다 주변에는 가까이

가지 말고 조심, 또 조심하란다.

 

 정상에 올라 바라본 바다는 숲이 우거져서 좁은 지역만

보여 실망스럽기도 했는데 비를 맞으며 젊은 남녀 둘이서 

춥지도 않은지 우산도 쓰지 않고 반팔에 짧은 바지로 

사진을 찍고 있어서 방해가 된 듯 후다닥 내려왔다.

 

 

 비가 오락가락 심해졌다 약해졌다 우비를 입었다 벗었다가

우산을 썼다가 뜨끈한 밥을 먹고는 혹시나 '바다 부채길'이 

열렸을까? 기대를 하면서도 당연히 열리지 않았을 거야!

예측해 보며 정동진 해변을 따라 숙소와 부채길에 가까이

가려고 계속 걸었다. 파란 동해바다가 아니라 온통

회색빛이 꿈틀거리며 거품을 토해내는

무시무시한 바다가 눈앞에 있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사람들로 활발했을 해수욕장은

밀려온 바다쓰레기와 무서운 파도로 처참하게 변해있었다.

비가 오니 손길이 미치지 못했을 테지만 관광객이 많은 

정동진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에서부터 걸어와 모래시계공원에 도착하였는데

기차로 만들어진 시계박물관에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웅성웅성 밖에 비가 와 실내로 몰린 모양이었다.

입장료(9000원)마저 비싸고 복잡하여 그냥 나오고...

 

 1년이 되어야 모두 아래쪽으로 쏟아진다는 모래시계가 

9월 말이라고 정말 조금 남기고 모아져서 세월은 이리도

빠른가 싶어 새삼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맥없이 보낸

세월이 아니라 재밌고 의미 있게 보내려 했어도 

쉼 없이 마구마구 달리는 느낌인 것이다.

 

 해변 바로 건너편에 있던 냇가(川) 또한 물이 불어 

강물처럼 흘러갔으며 민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모습을 이곳 정동진에서는 여러 번 보았다. 바다 옆에서는 

이런 모습이 당연할 테지만 자주 본 풍경은 아니었다.

옛날 제주에 갔을 때 해설사가 민물이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거라며 정방폭포를 설명했던 바

바다와 민물이 섞이는 모습도 신비스럽게 다가왔다. 

 

 편의점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고 밖으로 나오니 

갈매기들이 모두 바다를 향하여 모여있었다.

어떻게 이 많은 새들이 한 방향으로만 있을 수 있지?

차렷 자세로 아침조회를 하는 것일까!

물어볼 수도 없고 왜 그럴지 궁금하였다.

 '며칠 파도가 별스럽고 무서워서 함께 하는 거니?'

한 방향을 보고 있다니 이 또한 진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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