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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수록 주위에 산에 가는 사람이 없어진다.

구파발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의 산성지구로 향했는데

평일이라도 단풍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앉아서 가려고 일부러 버스 한 대를 떨구고 20분 기다리다

도착한 산성지구에서 조금 걷자 반가운 대서문을 만났다.

 

 숙종길로 올라갈까 하다 사람들이 그리로 많이 빠져서

조용한 곳으로 오르자며 우리는 이 길을 택하였는데

길은 넓었어도 가을이라 풍경이 달라져 신이 났었다.

 

 현 위치에서 녹색길로 접어들어 중흥사까지 올랐다.

좀 서운하긴 했어도 운동하는 양으로 따지면

왕복 4시간 정도로 딱 알맞은 구간이었다.

 

 멀리 중성문이 보인다.

눈이 오면 오르막의 돌길이라 무척 미끄럽던데...

햇볕이 조금은 더 들어왔으면 싶었지만 오른쪽으로

봉우리(증취봉)가 있어서 피부미용에는 좋았겠으나 

단풍도 예쁘게 볼 겸 조금은 밝았으면 싶었다.

 

 중성문은 노적봉과 증취봉 사이의 협곡에 쌓은 성문으로

대서문에서 이곳에 이르는 지형이 평탄하여 적의 공격에

취약했으므로 이중으로 적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다 한다.

중성문 안쪽으로 북한산성의 내성에 해당되어 행궁과 중흥사,

상창(곡물창고) 등이 있었는데 행궁과 상창은 흔적만

있는 듯하고 우리는 중흥사만 자세하게 구경하였다.

 

 예쁜 사잇길이 있다고 하여 잠시 위로 올랐는데 

내려다보는 아래는 절벽이었으며 단풍이 한창 예뻤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백운동문(白雲洞門)이라

쓰인 커다란 바위를 만나 놀랍기도 했다.

원래 경치가 수려한 곳을 동문(洞門)이라 불렀다니 

멋모르다 하나 배워갖고 온 셈이다.

 

 아름답고 좁은 오솔길이 끝나자...

 

 '멋스런 북한산의 모습이 물가에 비친다'라는 뜻의

산영루(山映樓)가 나타났다. 추사 김정희와 정약용 선생이 

 그 옛날에 다녀갔다니 허허허~~~ 영광이로소이다.

 

 산이 깊어 버들치가 살고 있는 1 급수의 맑은 계곡이

산길 옆으로 따라왔는데 물속에 낙엽이 소복이 쌓여

햇볕에 어른거리는 모습도 볼만 하였다. 가벼울 텐데

절 앞이라 도(道)를 닦아서 가라앉았을라나? 여러 개의

너럭바위에서 점심을 먹는 산객들도 道人들처럼 보였다. 

 

 북한산 중흥사지터가 세월이 흘렀음을 전해주는

돌들과 함께 제법 넓게 보였다. 원래 30여 칸 정도로 소규모

사찰이었으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숙종 39년

(1713)에 도성의 방어를 위해 북한산성을 쌓으면서

136칸의 커다란 사찰로 증축되었다 한다.

 

 당시에 산성 내에는 11개의 사찰과 승군이 주둔하였고

이중 중흥사는 성내의 사찰은 물론 승군의 총지휘자가

머물던 곳으로 만세루 나한전 등 많은 건물이 있었다 하나

1915년에 홍수가 발생하여 파괴되었다는데 2012년에

비로소 대웅전과 만세루, 요사채를 복원했다 하여 올라갔더니

쑥부쟁이가 흐드러지게 피어 단풍만큼 아름다웠다.

 

 절 마당에서 바라다본 봉우리가 증취봉(?) 일 듯!

점심을 이곳에서 앉아 먹을까 하다

말소리와 냄새를 피우면 안 될 것 같아...

 

 조금 더 앞으로 가서 개울 옆으로 단풍이 곱고

물소리가 들리는 따뜻한 곳에 자리를 펴고

신발도 벗고 다리도 쉬어주며 여유롭게 밥을 먹었다.

산에서 이렇게 편안한 점심을 먹다니 음~ 좋았어라!

 

 돌아오는 길은 숙종의 길로 내려왔다.

비가 여러 날 오면 커다란 바위와 우렁찬 물소리로 

장관을 이루는 곳인데 언제 그런 날을 만나길 바라면서

 

 멀리 보이는 하얀 머리의 노적봉과 만경대를 

올려다보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고는 뒤풀이보다 

그냥 집에 오는 것을 좋아하지만 술 한잔하고 싶다는

말에 오징어 볶음 시켜놓고 두런두런하다가 지축역에서 

지하철 타고 쌩 달려왔는데 저녁 시간 전에 와서 

예쁜 단풍 구경도 했겠다 고요한 마음이었고,

알맞게 움직여 다리도 편안하였다.^^

 

 

  2024년 11월 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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