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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우이동을 찾았다.
시내에서 한참 시위를 하니까 모임을 할 수가 없어
연기했다가 감기에 걸린 친구에 집이 물이 새서
공사를 해야 한다니 둘이서 만날까 말까 하다
숲길을 걸어 운동도 하고 절에도 갔다 오기로 했다.
한적하니 태극기 반기는 입구부터 좋았다.
하늘과 맞닿은 곳이 인수봉과 만경대 백운대의
삼각산으로 바위가 햇빛에 반사되어 저리 하얀가?
와~~~ 멋진 풍경이구나!
서울에 살았어도 북한산에 발 디딘 것이 처음이라는
친구는 불교신자라 절에 가는 것이 목표였을 테지만
난 산길을 걸어 오늘의 운동으로 삼으려는 마음이 컸다.
산길로 접어들자 싸락눈 속에 얼음이 얼어
발걸음을 조심해야 했는데 올라가는 길은 그래도
하중을 실으면 됐지만 내려갈 때는 어쩐다?
북한산 역시 눈의 무게에 늠름한 소나무가 꺾이고
넘어져있어 자연의 이치(理致)였어도 안타까웠다.
'그러니까 꿋꿋하지만 말고 요령을 좀 부리잖고......'
조금 올랐을 뿐인데 세속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상큼한 공기가 콧속을 싱그럽게 하였고 오른쪽 위로
인수봉이 가깝게 와닿아 가슴이 뛰기도 했다.
제법 걸었었나 입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는 찰나
사과를 건네줘 4쪽 먹으니 눈이 나오며 힘이 났다.
전날만 해도 하루종일 흐려서 어디 갈 기분이
나지 않았는데 날이 좋아 복 받은 기분이었고 정상까지는
아니었지만 1시간을 넘게 걸어 도선사가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하산하기 시작했다. 원래 절에 가서 공양(점심)을
먹자 했으나 얼음길에서 시간이 걸려 아쉽기도 했다.
항상 산길로만 다녀서 절 바로 위에 있었던
이런 모습은 처음 대했으며 북한산에 왔다가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을 기리는 곳이었으니
아하, 더욱 조심해야겠구나!
도선사 일주문이다.
절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올라왔으면
10분 정도나 걸렸을까? 하지만 우리는 미끄러운
산길을 한 시간 반 정도 걸어와 운동을 했고
땀이 났고 뿌듯했었다.
도선사는 북한산 만경대 하단부에 위치한 사찰로
신라 경문왕 2년인 862년에 도선국사가 세웠단다.
신 밑에서 차가 올라올 수 있도록 길이 넓었으며...
절로 들어가다 우리가 올라온 우이동쪽을 내려다보자
까마득해서 걸어온 길이 결코 짧지 않았다며...
어깨가 으쓱 새삼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친구가 아니었으면 아마 절구경을 대충 하고
내려갔을 텐데 도선사는 석불이 유명하다고 이끌어줘서
5층 석탑을 지나 곧장 마애불입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신식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랐으며 커다란 절이었어도
석불 앞 기도하는 공간이 넓게 조성되어 있어 놀라웠다.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다시 석탑으로 내려와
탑돌이를 한 후 대웅전으로 향했는데....
마애불입상이 새겨진 돌의 뒷모습이 보여
우람한 바위들에 또 한 번 좋은 구경 했다 싶었고
담쟁이덩굴이 마치 살아 있는 힘줄처럼 느껴졌다..
12시 40분쯤 늦게 도착했어도 마침 공양간이
수리 중이어서 사람들이 줄을 선 곳을 만났는데
떡을 준다는 소리에 긴가민가 하면서 기다렸더니
혼자 먹기 벅찰 정도로 소담스럽게 절편을 담아
나눠주셔서 횡재했다 싶었다.
절구경을 모조리 하고 범종 앞 의자에 앉아
따뜻한 차와 함께 배를 채우며 친구는 예전에 어머니와
한번 왔었던 절이라는 정겨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북한산을 처음 등반한 것은 물론 꽁꽁 언 산길을 걸어
혹시 다리 아플까 다음날 소식 전했더니
산의 맑은 기운을 얻어 일주일은 거뜬할 거란 소리에
나 또한 더불어 절 구경 했으니 흐뭇하였다.
2025년 1월 21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