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오기 전 물소리길 한 코스를 더 걸었다. 봄부터 시작해 눈이 온 날에는 걷지 않아 궁금해서 비교적 따뜻한 날로 정하여 기온은 영상 5~ 6도였다. 지도를 보면 7코스는 낮은 산을 빙 돌아 지평역으로 향하며 거의 평평한 길 10.7km로 걷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지평역에서 다시 서울로 오는 차편이 불편하였다. 경의중앙선 용문역에서 나오자마자 이정표를 참고하지 않고 산 밑에 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지 물을 따라가는 길이니까(실제로 흑천이 흐르고 있었음) 이야기하며 앞으로 쭉 걸었는데 역을 나오자마자 다른 길로 향한 것이어서 길을 잘못 들은 셈이었다. 걸으려고 왔으니까 조금 돌았어도 상관없지, 뭐!^^ 멀리 녹색으로 보이는 철길이 지평역으로 향하는 철도인데 남쪽으로는 용문역이 종점인 줄 알았지만 집에..
비가 왔지만 실내에서 움직일 것이라 걱정이 없었다. 한 달에 한번 모이는 친구들인데... 요번에는 국립한글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새로 생긴 갓을 씌운 '한국방문의 해' 간판이 서있었다. 호수를 안 보고 지나갈 수는 없다. 멋있어서...ㅎㅎ 아주 잔잔하니 평화로웠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국립박물관 본관 건물과 마주 보고 있는 형국이라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오른쪽으로 향하면 된다. 한글박물관 건물은 한글 모음창제의 철학적 배경인 하늘, 땅, 사람을 형상화하였단다. 지붕 쪽이 하늘, 중간 부분이 사람, 계단 오르기 전이 땅으로 왼쪽으로 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도 되지만 계단으로 올랐다. 계단은 바로 상설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연결되었다. 친구를 발견하며 언뜻 본 ㄱㄴㄷㄹ에 뭉클하였다. '얼마나 아름다..
수세미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뜨게 되었다. 뭘 하는지 미리미리가 안된다.^^ 앉아 있으면 10개도 금방 완성하는데 어쩌다 책 읽어야지, 마트에 다녀와야지, 다녀오면 반찬 해야지, 햇볕 쬐며 산책해야지, 골든 걸스와 싱어게인 노래 들어야지, 신문 봐야지, 일기 써야지, 빨래해야지, 가끔 친구 만나야지, 꽃 하고 놀아야지, 부모님 만나 뵈야지, 피곤할 때 낮잠도 자 둬야지...ㅎㅎ 그런데 앉아서 뜨기 시작하니 다른 일들이 저절로 물러나 명상하는 듯 편안하였다. 이왕이면 순간이나마 밝아지려고 노랑 분홍으로 했다가 요번에는 갈색과 하늘색이 있어서 조화가 맞을까? '수세미인데 잘 닦기면 그만이지 안 그래?' 배색은 일부러 한 것이 아니고 실이 떨어져서인데 하나의 색으로 뜨는 것보다야 심심치 않았고 가을 겨울색에 ..
산길이 부분적으로 포장되어 있어서 흙길이 나오면 반가웠다. 바로 아래에 마을이 있었는데 산을 일부러 끊어서 길을 낸 곳이라 황토흙 속살에 기분 좋았다가 안타깝기도 했으며 하늘을 여러 번 올려다 보았다. 내려오다 블루베리 농장을 만났다. 진한 향기의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매달렸으면 얼마나 예뻤을까! 밖에서는 포대에 담아 키우고 있었는데 나무가 실했다. 묘목을 판다니 마음에라도 몇 그루 심었다. 사과밭도 있었다. 이런 산중까지 기온변화로 사과가 올라온 것이다. 수확기에 새들이 오는지 망으로 덮었고 이곳에 솔잎이 날아와 구멍마다 매달려서 마치 어깨에 숄을 두른 듯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깊은 골짜기로 느껴진다고 하자 조금만 더 가면 큰 길이 나온단다. 굴다리를 지나... 논두렁에 던져진 들깨덤불을 만나..
겨울준비가 끝나 홀가분하게 물소리길을 이었다. 가기 전날 비가 왔고 가는 날만 괜찮았다가 갔다 온 다음날에 다시 비가 와서 날 잡는데 복 받았다 싶었다. 경의중앙선의 종점인 용문역에서 유명한 은행나무가 있는 용문관광단지까지 걷는 6코스는 돌아올 때 버스를 타고 다시 용문역으로 나와 지하철을 타야만 했다. 물소리길은 이런 장면이 여러 번 나타났었다. 뚝방길처럼 옆으로 물길이 계속 따라오고 벚꽃나무가 양쪽으로 쭉 늘어서 봄이면 황홀할 길이었다. 아침을 먹고 갔으나 이쯤에서 거울 같은 강물에 비친 그림들마저 감상하며 향긋한 커피와 쵸코렛과자 그리고 주먹밥 두 덩이 먹었을 것이다. 산을 앞에 두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춥지 않아 좋았고 아무 걱정이 없었다. 4코스부터 흑천(黑川)이 나타났었나? 상류로 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