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고 어딜 가는데 안산에 꽃이 가득 피어있어서 조만간에 가봐야겠구나 마음먹고 부근 무학재에 사는 친구에게 넌지시 번개를 쳤더니 답이 없어서 혼자라도 가려고 날짜를 정하고는 아침밥을 먹고 잠시 멍하니 있던 중 어디든 가자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아! 오늘 나간다 해놓고 잊었네...ㅎㅎ' 부리나케 준비하여 독립문 5번 출구로 나갔다. 조팝꽃이 싱그러웠다. 동쪽으로 오르면 사람들이 제법 많아서 서대문형무소 뒤편으로 난 조용한 길을 택했다. 높은 담장과 벚꽃이 어려운 시절을 보냈겠지만 이 좋은 봄날엔 그저 어딜 봐도 아름다웠다. 동네보다 따뜻한지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렸고, 오른쪽 꼬리 부분부터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안산을 온전히 한 바퀴 돈 적은 없어서 오늘은 정상으로 가거나 샛길로 빠지지 말고 빨..
쪽파 두 단을 엇단으로 사 왔다. 야채값이 비싼데 날이 따뜻해지며 출하가 많았는지 가격이 내려가 대파김치를 맛나게 먹던 중 끝무렵이고, (대파김치 처음 해봤는데 품위 있으며 맛났음) 쪽파를 몇 번 삶아 파강회나 해 먹다가 감질 나서 여러 가지로 사용하려고 두 단을 산 것이다. 쪽파를 한 뿌리 다듬으면 두 개로 갈라져서 가느다란 쪽파가 되었는데 김치 담기에는 오히려 낫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가 크면 익는데 시간이 걸리고 파향이 강하질 않나! 텔레비전에 눈길을 주며 자그마치 4시간은 걸린 듯 진을 뺐다.^^ 어릴 적에는 파가 방해꾼인 듯 여겨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슨 연유인지 파가 좋아진다... ㅎㅎ 무는 썰어 씹는 맛을 즐기고 시원한 맛이 더해질 것이며 파만 있는 것보다 접시에 담아도 보기 좋았다. 편안하..
육괴정(六槐亭)이란... 조선 중종 14년(1519) 기묘사화 때 난을 피해 낙향한 엄용순이 세운 정자였다. 처음에는 초당으로 지었으나 후대에 여러 차례 중건을 거쳐 담장과 대문까지 설치해 정자(亭子)가 아닌 사당의 형태를 지녔다는데 좁은 돌계단을 올라 들어가 보니... 작은 마당의 옛집처럼 보였다. 정자를 세운 엄용순은 당대의 선비였던 김안국, 강은, 오경, 임내신, 성담령 등 다섯 벗과 우의(友誼)를 기리는 뜻에서 정자 앞에 연못을 파고 주변에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는데 육괴(六槐)란 바로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를 의미했다. 당시의 연못은 메워져 없었으며 느티나무가 두 그루 보였는데 언뜻 봐도 예사롭지 않게 나무가 크기도 했지만 가지를 넓게 펼치고 생채기에 세월이 흘렀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육..
영축사에 도착하여 앉을자리를 찾았다. 의자는 없었고 커다랗고 평평한 돌이 두 개 보여 산수화마을에서 마련한 한과와 토마토, 홍차를 마셨다. 점심시간이었지만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예쁜 수선화 무리를 만났다. 영축사는 작은 절이었는데 비구니절인지 예뻤으며 구 층 세존탑에는 2년 전 지진으로 무너진 미얀마의 다도다이 절에서 수습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들어있단다. 그 옛날 부처님의 사리라니? 탑을 확대한 모양으로 이곳에 봉안하였으며 처음 삼과를 받았는데 미국 뉴욕 불광사에서 일과를 모셔가 탑을 세우고 이곳 탑에는 이과가 모셔져 있단다. 세월이 지나도 사리는 풍화작용이 없는지... 무척이나 신기한 일이었다. 절을 지나 본격적으로 마을을 둘러보았다. 도랑과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산수유 뒤편으..
한번 미뤘던 약속이어서 되도록이면 가야지 했어도 전날 황사가 심하여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가 강한 바람에 저녁이 되자 좀 걷히기 시작하여 우여곡절 끝에 떠나게 되었다. 축제는 이미 끝났지만 오히려 절정이었으며 집 앞에서 산수유를 봤으니 감흥은 별로일 것이어서 친구들 얼굴이나 보자 했다가 아름다운 마을을 만났다. 마을 언저리의 새파란 마늘밭이 정겨웠고... 한창 자라고 있는 미나리밭도 근사한 볼거리였다. 연신 "햐~~~ 좋구나!"를 외쳤다. 이제 마을 어귀인데 감탄사가 나오다니... 누렇던 황사가 개인 게 꿈인 듯싶었으며 무엇보다 산수유가 새삼 이렇게 예뻤었나??? 동네에서도 일찍 펴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한 그루 한 그루 볼 때보다 다른 풍경들이 펼쳐졌다. 친구들과 귀한 나들이가 된 것이다. 지도에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