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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말린쑥과 白항아리

평산 2013. 10. 20. 12:30

 

 늦여름 싱싱하게 자란 쑥을 한줌 말려 달라했더니,

드디어 키다리 쑥이 뿌리 채 전해졌는데, 근사한 향에 비하여 예쁘게 매달아 놓을 곳 찾지 못하고...

보이면 잠깐 생각하다가 지나치길 며칠...

 

 

 

 

 하루는 저녁을 먹고 마루에 앉았는데 텔레비전에 반사되어 장식장에 올려진 白항아리가 푸른빛으로...

둥그런 보름달이 뜬 냥 환하게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옳지, 저곳이 좋겠네!'

 

 

 

 

 자리 깔고 마른 쑥 풀어놓으니...

풀 베고 말릴 때의 풋풋하고 싱그런 내음이 훨훨 날아다니고...

햇볕까지 녹아있어 바스락바스락 화사한 쑥 처녀가 살포시 항아리에 나비처럼 얹어졌다.

 

 어머니께서 살림 줄이시며 白항아리 주실 때에는...

꽃병으로 쓰자니 너무나 크고 집안 분위기가 훌러덩 나이 30년은 더 먹은 듯하여 반기지 않았었다.

예스러움에 저런 自然의 모습을 음미하기에도 시간이 흘러야한다며......

 

 그런데 딩굴딩굴 같이 사니까

우리 식구처럼 되어버리고...

이제 보니 '백자(白瓷)처럼 맑고, 부드럽게 품어라.' 가르치고 있었는가 봐!

 

 

 

 

 내내 홀로 비어있다 쑥 품게 되었으니 이 가을에 허허롭지 않겠네.

가득 담았어도 영혼만 채운 듯 가볍고 따뜻하여 白항아리 발견했음에 얼마나 흡족한지...

아름다운 結實 하나 맺은 듯하다.

 

 

 

 

2013년 10월 2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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