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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내 부족함은 모르고 선생님께 건의사항이 있다고 하니 '글씨 좀 잘 쓰게 해달라는 말인가?' 하셨다.

연세가 있으셔서 농담이라도 어려웠지만 어쩌다 막내 학생이라 응석을 부려보기도 했는데,

난로 가에 앉아 茶 한잔 마실 때마다 몇 주 동안 야한 이야기를 하셔서...

글씨 쓰는 척하며 외면하다 집에 돌아와 다른 질문이 있는 결에 한 말씀 여쭈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분보다도 멋진 글씨를 쓰시는데요,

일생 동안 글씨를 접하셨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先人들의 이야기도 아실 것이옵니다.

쉬는 시간에 근사한 구절을 예로 들어주시며 그분들의 보이지 않던 지혜까지 들려주시면 어떠실지요.

점잖은 이야기들뿐 아니라 명쾌하게 웃음을 자아내는 일화(逸話)들도 많을 텐데요,"

행여, 그런그런 야한 이야기에 '글씨만 잘 쓰시는 분'으로 기억 되신다면???......;;;"

 

 낮에 있었던 일이니 얼른 알아들으시고는 약간 당황하시며...

선비란 때로는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재미나게 바꿔주기도 하는 사람이라나?

그런 것이 일종의 風流 아니겠냐며...

이론상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여인들만 배우는 곳에서 일부러 짓궃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쓸데없이 나에게만 공해였을지 모르지만, 다른 뜻이 아니었다.

선생님께서 글씨를 멋지게 쓰시니 품위를 지키시어 진정한 선비셨으면 하는 마음과,

이왕에 나도 글씨 쓰러 왔으니 집중해보며 신선한 氣運을 얻어 돌아오고 싶었을 뿐!

 

 전화로는 솔직히 말씀 못 드렸지만 속에서 부글부글 이런 말들이 스쳤다.

"선비도 여럿 있을 테지, 말없이 향기가 풍기는 품위 있는 선비가 있겠고 겉모습만 선비인 사람도 있겠고...

많고 많은 이야기 중에 야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며 風流라고 멋있는 척하는 선비도 있겠지!

그저 졸부인 선비도 있겠고... 소인배에 가까운 선비에... 아이쿠! 시원해라!...ㅎㅎ..."

그러고 보니 오늘 고속도로로 막 나가네 그려~~~^^

 

 

 *이참에 선비는 어떤 사람인지, 풍류에 대해 공부해보고 닮아보는 것도 좋겠다.

1. 학문을 닦는 사람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로 옛날 선비는 행동을 조심스럽게 했으며,

2. 재물을 탐내지 않고 의리와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학식 있는 사람과...

3.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
4. 품성이 얌전하기만 하고 현실에 어두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했단다.

 

 바람 ‘풍(風)’ 자와 물 흐를 ‘유(流)’자가 합쳐져서 된 風流라는 말은...

단순한 바람과 물 흐름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파악되어야 하는 自然이며...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 또는 ‘운치가 있는 일’  

‘아취(雅趣...아담한 정취 또는 취미)가 있는 것’

‘속(俗) 된 것을 버리고 고상한 유희를 하는 것’

자연을 가까이하는 것,  

음악을 아는 것,

예술에 대한 조예,

여유,

자유분방함,

즐거운 것 등...

 

 

 

 

2017년  2월  2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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