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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이름이 뭐였는지 생각하다...
며칠 전 우진이라는 이름이 떠올려졌다.
오래전 일이라 가물거리지만 맞을 듯싶다.
공부방을 하면서 연필을 한 아름 깎아놓고
지낸 시절이 있었다. 필통이 가지런한 아이는
드물어 부러진 채로 오면 깎아주었고,
춥고 더운 날에는 돌려보내기가 뭐해 빌려주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날은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성의 없이 공부하러 온 것이며...
이것도 나름 공부라 생각했다.
하루는 우진이가 연필을 가져오지 않아
집에 다녀오너라 했더니 돌아오자마자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이 시간 이후로 오지 않겠다는 뜻이고
내 마음과는 달리 화가 나셨던 것이다.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들이 둘러앉아 공부를
하던 중이라 뜻을 전할 새도 없이 헤어졌는데,
끝나고 나서라도 전화로 풀었으면 좋았겠지만
대화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마음을 보인 아이 엄마에게
나 또한 서운함이 있어 내키질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을까
어느 겨울에 헬스장을 끊어 며칠 째 다니던 중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와 누구 아니냐고 묻더니,
대답을 듣자 별다른 이야기 없이 표정 없는 얼굴로
돌아섰는데, 마음속에 이 일이 남아 있었나
그 아이가 언뜻 떠올려졌다.
"우진 어머니, 공부할 시간에 집으로 돌려보내서
당시에 서운하셨나 봅니다. 아이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공부의 한 부분이라 여겼습니다.
오해가 있으셨으면 푸십시오. 저 또한 이 글을
올리며 불편했던 마음 내려놓겠습니다."
지금쯤 스무 살이 넘어 성인이 됐을 듯한데
혹시 이 글을 읽어볼 수 있을까 상상해보며
열정을 가진 멋진 청년으로 지내길 바라본다.^^
2022년 8월 2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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