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소장 공관 때문에 청와대 뒷산으로 오르는 길이 달라졌다며 폐쇄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바뀐 길로 다녀와서 불편함은 못 느꼈는데... 조용하게 살다 하루아침에 3000명이 몰려온다면 누구라도 고역이지 않을까? 임기를 마치면 비우는 조건으로 하던가! 하산하는 갈림길에서 전망대 쪽으로 조금 오르면 백악정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나무는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었다는데 시간이 흘러 마을 어귀에서 보이는 느티나무 같았다. 백악정에 잠시 들어갔더니 겉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정갈하고 아늑하였다. 과연 청와대인 것이다. 정자 뒤로 단단하게 보이는 철문을 지나자... 풍광이 이렇게 좋아지고 경사가 완만하여 산을 오른다기보다 유람(遊覽) 온 듯하였다. 이쯤에서 지도를 다시 참고하자면, 현 위치에 대통문이 있어 ..

장맛비가 흠뻑 내린 다음날... 초록은 눈부시며 안개는 뽀얀데 안국역에서 삼청동을 지나 청와대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예전에는 이곳부터 경찰이 지켰던 곳으로 자유로움이 좋긴 했다. 비는 먼지를 모조리 휩쓸어 깨끗함과 촉촉한 기운에 덥지 않고 상쾌하였다. 누가 이런 날을 잡았지?...ㅎㅎ 여름날의 행운이었다. 청와대 앞쪽 담은 경복궁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美가 느껴졌으며... 와~~~ 살면서 처음 이곳에 와봤네! 청와대를 비운다고 했을 때 어이없더니 막상 구경하게 되니까 기분은 좋았다...ㅎㅎ 안국역에서 27분 걸림. 춘추관은 청와대 부속건물로 기자들이 상주했던 곳이며, 이곳을 관통하면?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좋구나, 좋아!" 평일에 청와대 방문 예약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일을 하고 있는 친구라 한 달 전에 약속을 했다. 내가 만들었던 빵이 먹고 싶다고 해서 이틀 전 콩을 불리고 조청에 졸여 밀가루와 김치 조금 옥수수 참외 몇 개 지니고 잠실로 향했다. 오랜만에 트레비분수를 지나며... 밖으로 나와 너구리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기다리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앞 건물의 외관이 새삼 아름다웠다. 타일처럼 보이는데 화려한 변신에도 균형미가 느껴져 인상 깊었다. 꽃구경하러 간 것이기도 했다. 나보다 20cm나 키가 큰 백합의 등줄기가 튼실하게 올라가 꽃이 얼마나 순결하고 우아하던지 은은한 향기와 정성에 감동이 일었다. '가시밭에 한 송이 흰 백합화~~~ ♬ 고요히 머리 숙여 홀로 피었네!' 토분은 그대로 있는데 해마다 씨가 떨어져 채송화가 핀다니 사랑스럽고 귀엽고... 마루에..

초당옥수수를 처음 먹어보았다. 그 자체가 품종인 줄 알았더니 일반 옥수수보다 당도가 훨씬 높은 옥수수를 일컫는 말이었다. 생으로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설마 하면서 끝을 잘라 맛봤는데 식감이 사과를 먹을 때처럼 아삭아삭하며 깜짝 놀랄 정도로 단맛이 강하여 옥수수에 설탕을 넣었나 싶은 정도였고... 신선한 과일을 먹는 듯했다. 그렇다고 생으로 모조리 먹기에는 생소해서 물에 담가서 찌면 천연 단맛이 빠질 테니까 삼발이를 올리고 쪄보았다. 먹던 옥수수와 비교해 보면 찰기가 없었다. 쪘어도 생으로 먹을 때와 비슷하게 식감이 아삭거렸으며 당도는 그대로 진하게 느껴졌고 옥수수란 느낌이 끝 무렵에 났다.^^ 시간이 갈수록 수분이 줄며 알맹이가 찌그러지고 단맛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니... 냉동 보관도 있지만 알맞게 사는..

구름 낀 날이 계속이라 산에 오르긴 좋지만... 높이 오를수록 어두워서 긴장감이 있었다. 정릉 길을 다시 찾았다. 물소리가 청량감을 주었는데... 지난번에 대성문으로 올랐으니 오늘은 새롭게 보국문으로 향했다. 걷는 거리가 500m 차이로 산길은 먼 거리임을 실감했다. 북한산은 어느 쪽으로 가나 돌이 많다. 바나나, 잼 넣은 빵, 두유 2개, 물... 1km쯤 올라갔을 때 처음으로 구름이 열려 햇볕이 나왔다. 역시 세상은 밝아야 마음도 환해져서, 계속 나와주십사 주문을 외웠다. 계곡물이 따라와 심심하지 않았다. 사람이 없으려면 계속 없어라!...ㅎㅎ 그래야 덜 무섭지!^^ 뾰족뾰족 바위가 나오고... 날이 습해서 땀을 연신 흘리며 아에이오우~~~ ♬ 입 운동에 노래도 불렀다가... 계곡의 정점에서 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