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우산을 들고 갈까 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무거울 것 같아 그냥 나갔다. 비가 와도 안전한 곳은 운동장이지만 평지는 역시 걷는 재미가 덜해서 숲으로 들어갔다. 여차하면 가까운 정자(亭子)로 피할 수 있어도 둘레길을 한 바퀴 돌려면 정자에서 멀어지는 구간이 있는데 비가 몇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방향을 바꿀까... 그냥 앞으로 향할까 마음속은 생각 중이었어도 발은 앞으로 향하고 있어 걸어가며 기도를 했다. '정자까지 가는데 2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조금만 참아주시면 최대한 빨리 움직이겠습니다.' 처음에는 기도가 효력을 발휘하나 싶었는데 정자에 도착하기 5분 전쯤 후드득하다가 쏴아! 걷다가 급해져 달리기 시작했다. 모자를 써서 그나마 덜 젖었는데 이미 정자 주변에는 아저씨 두 분이 서 있었고 연세 있으..
끄적끄적
2023. 8. 23.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