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트필름은 꽃이 진 후 씨앗을 맺지 않았다. 꽃으로 인해 새싹 나오는 것을 못 봤으니 말이다. 대신 원뿌리 옆으로 새순이 부글부글 나오면 살짝 흔들어 뽑아 빈 화분에 심어 물만 줘도 잘 자랐다. 반 그늘을 좋아하고 추위에는 약하다. 멸치를 다듬고 남은 부분을 조금씩 묻어주며 얼마나 건강해질까 기대했는데 멸치 맛이 짰던가 한동안 잎이 펴지질 않고 쪼글쪼글 나와서 멸치부산물 준 것을 몹시 후회하였다. 짠 기운을 씻어내기 위해 물을 흠뻑 주면 도움이 됐을 테지만 옮기기 어려워 흠뻑 주지도 못하고 몇 년 지나자 회복하려는 모습에 다행스럽더니, 상점에 갔다가 관엽식물에 좋다는 비료를 우연히 발견하여 회복시키려는 마음에 반가웠다. 비료를 사 온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팥알만 한 알갱이로 신이 나서 화분마다 3..

미세먼지에 답답해도 나갈 생각을 못하다. 언뜻 밖을 보니 예보에 없던 소나기가 내렸나 땅이 젖어 있어서 이때다 하고는 밖으로 튀어 나갔다. 잠시 비 내린 덕분에 공기가 상큼해져 기분이 날아올랐다. 며칠 못 나온 사이에 참나무 잎이 넙데데해지고 연한 연두잎 맛있다고 벌레가 포식을 해서 구멍이 숭숭 나있었다. 모두 열심히 사는 것이다. 흐림이었다가 둘레길에 접어드니 햇빛이 찬란하여 나오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청량함을 마음껏 들이쉬는 것이다. 병꽃나무, 애기똥풀, 염주괴불주머니, 색색의 철쭉과 황매화, 팥배나무군락의 꽃들이 벙그러져 달달하면서도 지린 듯한 향기가 숲 속에 가득하였다. 이런 날은 혼자 오는 것이 숲의 온전함을 느낄 수 있어 행복이 너울너울 밀려와 저절로 오며 가며 외웠던 詩들을 소리 내어 낭독..

군자란이 불안하여 위기를 느끼는 것인가, 아니면 활력이 넘쳐서 그럴까! 이미 새끼를 세 번 분갈이해 줘서 첫째는 집에 두고 (처음 싹이 나왔을 때는 무지 기뻤음) 둘은 나눔 했는데 이제 더 이상 번지는 것도 걱정되어 엄마나 몸 챙기고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앞에서 중얼중얼 다짐하자 했으나 자꾸만 혹을 매달아 걱정이다. 오른쪽에 붙은 싹은 1년은 컸을 것이다. 말 안 들으니 미워서 그냥 두었다.^^ 한 해 정도 먼저 나온 싹이 왼쪽에도 있다. 싹들은 엄마 잎이 왕성하여 늦게 발견되었는데... 이 새싹들 때문에 엄마 잎을 여러 장 뗄 수밖에 없었다. 햇볕도 가리지만 틈이 있어야 자랄 것 아닌가! 그런데, 세상에나!! 며칠 전 새끼를 하나 더 발견하였다. 나오는 모양새로 보아 씨앗에서 싹이 텄는지 모르겠어서 살..

식물원에서 여러 가지 꽃을 봤지만 꽃보다도 이런 모습이 재밌고 신기하였다. 그냥 잎이 기다랗게 올라가도 싱그럽게 보일 텐데 댕댕이 무늬가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누가 저리 점을 기하학적 무늬로 찍을 수 있을까! 자연의 신비라 할 수밖에 없다. 잔고사리과 '다시마일엽초'의 모습이다.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은 씨앗이 아닌 포자로 번식하는데 동그라미 무리는 바로 포자낭군이다. *포자(胞子): 막에 싸인 자손으로 우리말로 홀씨! *포자낭(胞子囊):포자가 들어 있는 주머니. *포자낭군(胞子囊群): 포자주머니가 모여있는 무리. 그러니까 잎 뒤에서 보이는 동그라미 하나는 포자낭으로 그 안에 수많은 포자가 들어있으며 동그라미가 무리 지어 포자낭군을 이룬 모습이다. 이 식물도 혹시 고사리 종류일까? 다른 모양의 포자낭..

조기 3마리가 우리 집에 전해졌다. 작은 올케의 여동생(사돈처자)이 보낸 것이다. 얼굴도 못 본 사이인데 이를 어쩌나! 다듬으려니 비늘은 이미 제거되어서 칼집만 넣었다. 올케네는 딸이 네 명으로...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우애(友愛)가 좋다. 사돈어른께서 남기고 가신 500여 평의 밭에 주말이면 부부끼리 모여서 봄부터 가을까지 함께 농사를 짓고 농막에서 하룻밤 모닥불 피우는 낭만에 자는 날도 있으며 먹고 싶은 음식들 그날그날 준비하여 사부인을 모시고 빙 둘러서 만들어 먹는단다. 우리 집 올케는 그중 둘째 딸이고, 자매들은 애경사(哀慶事)가 있으면 네 집 내 집 할 것 없이 어울린다는데 가끔 사돈처자인 넷째 따님이 우리 친정집과 가까이 산다고 다녀가 놀라움과 반성, 감동이 일어나곤 한다. 얼마 전에는 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