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집에 감나무가 세 그루 있었다. 장독대옆, 아래채 부엌 앞, 그리고 뒤깐 옆! 대봉감은 아니었지만 모양이 동글지 않고 약간 네모 난 감이었는데 가을이면 넓은 인삼채반에 켜켜이 올려 뒤꼍으로 가는 모퉁이 창고에 보관했었다. 나무판자를 위에서 하나씩 틈으로 내려야 닫아지는 창고의 문은 지금 생각하면 불편했을 텐데 겉에서 보기에는 판자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보이므로 나름 멋스러웠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홍시감이 되었을까! 어느 날 판자들을 들어 올려 꺼낼 즈음엔 키에 맞게 높낮이가 되어야 비로소 감들이 보였고 이미 뭉그러져 흘러내리는 것, 여전히 딱딱한 것, 알맞게 익은 감이 있어서 골라골라 그릇에 가득 담아 내왔었다. 간식이 없던 시절이지만 형제들은 물크덩한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

단풍이 한창일 때 비가 두 차례 왔었다. 먼지를 재울 만큼이었는데 바람이 함께 하자 잎들이 쏟아져 나름 장관이었다. 단풍나무는 기운 떨어지지 않고 한참이어서 비가 왔어도 단지 세수를 한 모습이라 선명하여 늦가을을 장식할 만했다. 큰 가지를 넣었더니 빨간 단풍이 더욱 멋스럽다. 자세히 보면 색이 참 다양하였다. 맨손으로 다니다 놓치고 싶지 않으면 가방에 귤 하나와 핸드폰을 챙겨서 올라본다. 여러 날 흐림이라 햇빛이 아쉽기는 했다.^^ 올가을에는 세 번을 들고나갔는데... 한 번은 운동장을 담았으니 단풍을 담기는 두 번으로 서로 시차가 있어서 많은 잎들이 보이기도 한다. 언제나 씩씩한 플라타너스! 향기롭지 않다에 걸려 넘어진 은행나무와 더불어 잎이 크게 굴러다닌다며 도로 청소 어려움으로 환영받지 못한다는데 ..

운동장의 위치가 높아서 계단을 오르며... 어떻게 변했을지 두근두근하였다. 월드컵 기간이라 주인공인 축구장이 더욱 궁금하였고 게이트볼장과 밥 나누는 곳을 빼고는 모조리 바뀌어있었다. 잔디구장이 만들어지기까지 반대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다. 흙을 밟다가 인조 잔디로 바뀌며 출입이 통제된다는 소리에 나 또한 반대 서명을 했었는데 화단이나 조금이라도 올라온 부분은 전부 밀고서 새롭게 태어나 간결한 듯 넓고 깨끗하였다. 햇살 좋은 위치에 있던 농구장과 주말마다 사람들이 가장 붐볐던 족구장은 서쪽으로 밀려나 족구를 즐기시던 분들은 공간이 좁아져 서운해할 것도 같았다.^^ 족구장이 체계적으로 운영됐었고... 대회를 열며 옷 갈아입을(?) 공간이 있었는데 새롭게 마련할 땅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근처의 중학생들..

산에서 내려오는 계단 너머로 붉나무가 튼실하게 자라고 있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가보니 계단 가까이에 있던 2m 크기의 나무가 거칠게 잘라져 있었다. 피해를 주지 않는 거리였는데 왜 그랬을까! 올 겨울까지만이라도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갑작스러워 놀라기도 했다. 할 수 없이 잘라진 나무에서 몇 미터 떨어진 붉나무를 눈여겨봤는데 자세하지 않아 확대했더니 꼭 유화를 그린 것처럼 사진이 나왔다. 위로 꼿꼿하게 자란 꽃대에 언제 꽃이 피려나 들여다봐도 꽃대에 변화가 없어 보였다. 그럴리가 있을까, 열매가 보여 찾아봤더니 다양한 색상의 귀티 나는 작은 꽃이 피었다. 상상해보건대 열매의 수만큼 피었으리라! 꼿꼿했던 꽃대가 수숫대처럼 무게에 아래로 수그러졌다. 화전민들은 저 열매..

팥배나무 군락지가 여러 곳 있다. 열매는 팥을 닮았고 꽃은 하얀 배꽃을 닮아 팥배나무라 부른다는데 배나무와는 관련이 없고 오히려 마가목과 비슷한 나무로 봐야 한단다. 덜꿩나무일까 팥배나무일까 혼자서 찾아보고 팥배나무에 가깝다 했을 때 공식적인 나무 이름이 붙어 팥배가 확실해져서 기뻤다. 꽃이 귀엽고 예쁘지만 여러 꽃들이 피는 계절이라 주목받지 못하다 진노랑과 주홍빛의 줄무늬가 있는 단풍잎과 붉은 열매가 아름다워 눈에 띄는 나무다. 꽃이 한 줄기에서 뻗어 올망졸망 달리는 것처럼 열매도 꽃이 진 자리에 그대로 5~ 6개 매달리며 팥알처럼 단단했던 열매가 가을이 깊어짐에 따라 숙성이 되어 신맛 단맛과 함께 물러지는데... 참새들이 바글바글 앉아 먹는 모습에 지나다 몇 개 따먹어보면 갈증해소에 도움이 되었다. ..